잡화점-안정성 있고 소자본으로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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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주택가·빌딩 가에 관계없이 어느 곳에서나 쉽게 눈에 띄는 것이 잡화점. 구멍가게·식품점등으로도 불리는 잡화점은 과자·음료수에서 라면·칫솔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물건을 취급하는 곳. 따라서 적은 자본을 갖고 장사하려는 사람들이 별 위험이나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시도하는 업종이다.
서울 북창동 유흥가에서 20년전부터 12평 크기의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광숙씨(41)는『이 장사가 경기를 안타 안전성이 있고 적은 자본으로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라고 소개한다.
김씨는 보증금 2천만원·월세1백만 원에 이 가게 터를 빌려쓰고 있다. 이곳에 들어차 있는 물건은 5백여종.
물건들이 대부분 1천원 이하 짜리가 많아 이 매장을 빼곡이 물건으로 채우는데 2천만원정도 든다고 김씨는 전한다.
이 곳은 사람이 매우 붐비는 장소이기 때문에 이 가게에는 매일 5백∼6백명의 손님이 드나들어 하루 50만∼60만여원의 매상을 올리고있다. 김씨의 한달 평균 순 수입은 1백50만∼2백만원 수준.
서울 용산동 주택가에서 6∼7평 크기의 잡화점을 운영하고있는 김영자씨(43)는『썩는 물건도, 크게 손해날일도 없을 것 같아 이 장사를 시작했다』며『마진이 작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사는 손님이 끊이지 않아 몸이 고달프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김씨 등 잡화점 주인들은 대부분 지역에 상관없이 오전6시∼7시30분에 문을 열고 보통 오후11시 이후에야 문을 닫는다.
그런 탓에『도저히 혼자서는 일할 수 없고 한사람의 종업원이나 가족이 일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김영자씨는 전한다.
사람의 통행량이 많은 곳, 부유한 주택가보다 서민층 동네 등이 잡화점의 가게 터로 적합하다. 가게 터를 물색한 후 과자나 음료수·주류대리점등에 연락을 취하면 그곳의 직원이 방문, 거래를 트게된다.
대부분 앉아서 물건을 받고있는데 이들 물건들의 마진비율은 20∼30% 수준이라는 것. 상대하는 대리점수는 보통 40∼50개 이상이다.
잡화점에서 파는 대부분의 물건을 한꺼번에 취급하는 남대문·청량리시장 내 잡화도매상가, 서울 아현동에 있는 중간도매상 등에서 물건을 직접 구입해올 수도 있다. 앉아서 물건을 받는 것보다 5%정도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
자신의 점포 근처에 경정점포가 많을 때는「슈퍼」라는 이름을 걸고 고객에게 물건값의 10%를 빼주는 박리다매의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김영자씨는『처음 물건을 들여놓을 때 갖가지 속임수로 사기를 치려는 악덕상인들이 많으므로 물건의 상표·품질 등을 잘 살펴야한다』고 조언한다.
서울 서소문동에서 4평짜리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진선씨(54)는『점포가 주택가에 있을 경우 건어물 등을, 사무실이 많은 곳에 위치한 때는 김밥이나 삶은 달걀·컵-라면·각종 술 종류 등을 갖춰놓으면 훨씬 수입이 좋아진다』고 조언한다.
박씨의 경우 물건을 대리점등으로부터 배달 받고 외상거래도 가능하지만『외상거래 때 상대하는 대리점이 많아 장부정리가 복잡하고 우선 생기는 돈을 자꾸 써 낭비가 커지므로 매번 현찰로 대금을 결제하고 있다』고 전한다.
잡화점에는 코흘리개 꼬마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하루종일 많은 사람이 드나들기 때문에 없어지는 물건이 종종 있어 이에도 상당한 신경을 써야한다고 점주들은 입을 모은다.
이들 여성점주들은『최근 깨끗하고 번듯한「마트」「슈퍼마켓」등이 도처에 생겨나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적은 물건을 급히 사려는 동네 소비자들에게 구멍가게 식 잡화점은 여전히 필요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고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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