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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함 의로움 아름다움 상징"|민속박물관 강연회로 본 양의 해 민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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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새해는 양띠 해(신미년). 국립 민속 박물관(관장 이종철)은 양띠 해를 맞으면서 우리 민족이 그해의 수호신으로 여겨 온 12지의 띠 짐승에 대해 어떻게 인식해 왔고 어떤 의미를 부여해 왔는지 살펴보는 학술강연회를 개최했다.
27일 오후2시 경복궁 내 민속 박물관에서 열린 이 강연회는 기사년 경오년에 이어 세 번째 개최한 강연회로 천진기 연구원이『양의 생태와 관련 민속』이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를 했다.
이날 강연의 요지를 소개한다.
◇우리 문화와 양과의 관계-우리 민족은 새해가 되면 그해 띠의 짐승이 지니는 상징적 의미를 찾아 그 해의 운수를 점치는 풍습이 있었다.
12지의 띠 짐승과 그해에 탄생한 아이의 운명을 묶어 그 아이의 운수(팔자)를 미리 점쳐보는 풍습이다.
양의 성격이 순박하고 부드러운 것처럼 양띠도 온화·온순해 이 해만큼은 며느리가 딸을 낳아도 구박하지 않는다.
양은 12지의 여덟 번째 동물로 시간으로는 오후1∼3시, 월로는 6월에 해당하는 시간 신이며 남남서 방향을 지키는 방위신의 의미를 갖고 있다.
상형문자인 양은 맛있음, 아름다움(미), 상서로움(상), 착함(선), 좋음 등으로 이어진다.
즉 큰 양(대양)이라는 두 글자가 붙어서 아름다움(미)이 되고 나(아)의 좋은 점(양)이 합쳐서 의(옳음)가 되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이러한 양의 습성과 관련지어 양을 착하고 의롭고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동물로, 양에 대한 이미지는 순하고 어질고 착하며 참을성 있으면서 무릎을 꿇고 젖을 먹는 은혜를 아는 동물로 인식해 온 것이다.
삼한 시대에는 양을 식용으로 썼다는 기록이 있으며 삼국 시대 이후 능·묘 등에 십이지신상으로 양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양과 관련된 민속문화-호랑이·용·말 등 12지의 다른 짐승에 비해 양과 관련된 전통민속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그러나 실화·꿈·속담 등에서 나타나는 양은 유순하고 인내심이 강하며 상서로운 동물로 통해왔다.
꿈과 더불어 살아온 우리 민족이 양 꿈에 대해 풀어 온 전래 양꿈 해몽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양은 선량한 사람, 종교인, 교육자, 재물로 풀이한다」「양을 죽여 신에게 바치면 어떤 진리를 깨닫게 되거나 일이 성사된다」「양을 끌어다 집안에 매어 두면 어질고 착한 사람을 구하게 되거나 재물을 얻는다」「양젖 짜는 것을 보면 사업에 성공하고 양젖을 마시면 훌륭한 사람의 가르침을 받게 된다」「양고기를 먹으면 학문을 연구하게 되거나 중책을 맡게 된다」이 같은 전래 해몽에서도 양은 재물, 종교인, 선량한 사람을 상징한다.
또 새해 들어 첫 양날은 상미일 이라고 해서 전남 지방에서는 출항을 삼갔고 제주 지방에서는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어 환자도 약을 먹지 않는 전통이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일 외에는 무슨 일을 해도 해가 없는 길일로 인식된다.
이밖에 양은 전래적으로 한의학에서 양을 돋우며 피를 따뜻하게 해주고 체력을 보강해 주는 귀한 음식으로 여겨 왔다.<김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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