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을 향한 이란의 미사일·무인기(드론) 공격을 막기 위해 미국 해군 이지스 구축함이 최신형 요격미사일인 SM-3를 발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군이 훈련이 아닌 실전에서 SM-3를 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군이 북한의 핵·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계속 도입을 검토하던 무기여서 실전 역량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 군사전문매체 워존은 “(전날) 지중해의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이 이스라엘로 향한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을 격추하는데 동원됐다”며 “이 군함이 작전 과정에서 SM-3 요격미사일을 실전에서 처음 발사했다는 강력한 징후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 13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170기 이상의 드론, 120기 이상의 탄도미사일, 30기 이상의 순항미사일을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발사했다. IDF는 이중 99%가 공중에서 요격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CNN은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군도 해군 함정과 전투기를 통해 이란 드론 70여대, 탄도미사일 3기 이상을 격추했다”고 전했다. 특히 탄도미사일의 경우 미 해군이 지중해 동부에 배치한 이지스 구축함 2척에 탑재된 미사일 방어 체계로 격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미사일 요격에 SM-3 미사일을 썼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미군은 한국 해군도 참여하는 북한 탄도미사일 방어 목적의 해상 연합훈련(퍼시픽 드래곤 훈련) 등에서 SM-3를 실사격한 적이 있지만, 실제 전투에서 사용한 적은 없었다.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에 실전 배치된 SM-3는 적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70~600km의 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다.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배치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요격고도(40~150㎞)보다도 높다. 즉 미군의 미사일 다층 방어체계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다.
미 레이시온과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공동 개발한 최신형인 SM-3 블록ⅡA는 요격 범위가 더 넓다. 요격 고도는 1000㎞ 이상, 사거리는 최대 2500㎞에 달한다. 미 본토를 위협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를 요격할 수 있을 정도다. 지난 2020년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북한이 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고각 발사할 경우 현재는 이를 요격할 수 있는 체계는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군 안팎에선 발사 속도가 마하 16~18에 이르는 SM-3가 이런 북한의 변칙 공격을 막는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이지스 구축함에 SM-3 배치를 추진해왔으나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아직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임기를 2주 정도 남긴 시점에서 SM-3 대신 최대 35㎞ 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는 SM-6 요격미사일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워존은 “SM-6에 비해 탄도미사일에 관해 SM-3의 요격 범위가 더 넓어서 (다층 방어의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힐 수 있다)”며 “개발 이후 오랫동안 테스트를 벌였지만, 실제 사용되지 않았던 SM-3가 처음으로 실전에서 사용됐다면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