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높아진 한국위상 내치로 연결”/신임 노재봉총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메말라진 국민정서 함양도 힘쓸 생각
헌정사상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총리에 임명된 노재봉 신임총리서리는 현재의 상황은 『새로운 단계로 뛰어넘는 진통기』라고 규정,『세계적으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내치로 연결시키는 총리가 될 것』이라는 말로 취임인사를 대신했다.
노총리서리는 다소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노태우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국정운영의 방향으로 ▲정치권력의 비집권화 ▲경제력의 비집중화 ▲행정권한의 대폭적인 민간이양 ▲국민정서의 함양 등을 제시하면서 『대통령의 통치철학과 이념을 차질없이 수행해 나가는 흔들림 없는 내각을 이끌 것』이라고 다짐했다.
­취임소감을 밝혀 주십시오.
『현실적인 경험이 모자라는 나에게 중책을 믿고 맡겨주신 대통령의 의지에 존경을 표하며 개인적으로는 대단한 광영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적 전환기에서 많은 과제들을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스럽지만 아낌없는 노력을 하겠습니다.』
­국무총리로서의 국정운영 방향은 무엇입니까.
『한국의 역사적 위상이 새로운 단계로 뛰어넘는 진통기의 상황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한국은 세계사에서 한층더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사회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상당부분을 정상화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해 발전을 기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첫째 정치권력의 비집권화,둘째 경제력의 비집중화 셋째 행정권한의 대폭적인 민간에로의 이양,넷째 국민정서의 함양을 4대 국정지표로 삼겠습니다. 또 이런 바탕위에서 대통령을 보좌할 것이고 대통령도 이런 철학을 갖고 계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신임 총리에게 바라는 물가등 사회·경제적 안정은 어떻게 이룩할 것입니까.
『물가·치안·새로운 생활의 질서·교육·환경·여성을 포함한 유휴인력 문제 등을 정부가 해결해 달라는 것이 국민의 여망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선 물가문제는 경제의 현실과 인식간에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임금도 많이 올랐고 돈도 많이 풀려 물가가 올랐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는 국민들도 물가상승을 택할 것인지,안정을 택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할때입니다. 치안문제는 우리 사회가 도시화하는 과정에서 범죄가 많이 발생한 것이며 국제적인 범죄 발생률과 비교하면 그리 높지 않은 편입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불안에 떨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범죄와의 전쟁,새 생활 새 질서운동 등 기존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교육문제는 21세기를 대비한 새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체제로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국민정서의 함양 문제입니다.
우리 국민은 정서면에서 상당히 고갈돼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치 않으면 경제문제나 치안문제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국민정서 함양을 위해 민간부문과 긴밀한 협력을 할 것입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총리로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그렇습니다. 바로 이점이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는데 대통령실과 행정부의 긴밀하고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갖춰 나갈 때 앞서 얘기한 문제들을 풀어 나갈 수 있으며 그같은 여건이 주어졌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집권후반기에 나타나게 될 권력누수현상에 대처키 위한 총리의 역할과 내년부터 실시되는 각종 선거 등 정치일정에서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총리는 위정을 맡은 것이지 정치를 맡은 것은 아닙니다.
이런 점에서 볼때 대사들을 앞우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정부조직 자체가 흔들리지 않고 안정되도록 하는 것이며 공직자가 정상적인 자세로 정상적 임무를 수행해 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또 지자제 문제등이 곧 부닥치게 될 것이지만 민주주의는 모든 권리와 책임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제도인만큼 철저한 공정선거가 시행되도록 노력을 다할 작정입니다.』
­총리실의 위상이 높아지게 되면 청와대 비서실측과 마찰이 우려되는데요.
『그럴 염려는 없습니다. 과거 어느 정부 보다도 총리실과 비서실의 밀접한 유기체제가 이뤄질 것으로 확신합니다.』<문일현기자>
◎“DJ가 외곽 때렸다”발언… 한때 곤욕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시절부터 현실정치에 많은 관심을 표해 왔으며 노태우 대통령과는 민정당 대표시절부터 연을 맺어 정치자문을 해와 신임을 받았다.
특히 88년 6월 서울대 교수시절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민정당의원 연수회에 초청강사로 초빙받아 광주민주화운동의 원인을 주제로 의원들과 토론중 『김대중씨의 외곽을 때리는 노련한 정치기술 때문에 광주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해 정가에 파문을 던졌다.
이 물의로 대학강단을 떠났다가 6개월 후에 청와대 정치담당 특보로 임명돼 그동안 노대통령을 측근에서 보필했고 90년 3월 비서실장을 맡고나서는 김종휘 외교안보보좌관등과 팀웍을 이루어 비서실 권한 강화작업을 벌였다.
노대통령 바로 옆에서 박철언 의원의 노대통령 밀착을 견제해 양자는 사석에서 서로 비난을 감추지 않는등 관계가 불편했다.
귀족풍에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고집으로 가끔 주의와 의견충돌을 빚기도 한다.
나전모방 창업주의 장남으로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미 암스트롱 주립대 조교수 역임. 부인 지연월여사(55)와 1남1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