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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맞춰야 연결되는 다리 있다…120만 한국인의 '휴양 성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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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월드 푸꾸옥 리조트의 야외 풀. 너른 켐비치 해변을 마주 보고 있다. 푸꾸옥은 베트남에서 가장 바닷빛이 맑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백종현 기자

뉴월드 푸꾸옥 리조트의 야외 풀. 너른 켐비치 해변을 마주 보고 있다. 푸꾸옥은 베트남에서 가장 바닷빛이 맑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백종현 기자

베트남 전성시대다. 베트남의 통계총국(GSO)에 따르면 지난해 약 360만명의 한국인이 이 땅을 밟았다. 올해는 벌써 120만명 이상이 들었다. 올해 베트남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4명 중 1명(26%)이 한국인이다. 한국인이 몰리는 베트남 중부 지방의 다낭은 ‘경기도 다낭시’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따라다닌다. 친숙함이 자랑이자, 독이다.

부동의 1위는 다낭이지만, 요즘 젊은 가족이나 연인 사이에서 인기가 급부상하는 장소는 서남단의 섬 푸꾸옥이다. 현지인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로 통하는 장소다. 그 명성이 어느새 한국까지 퍼졌다. 지난 연말과 새해 연휴 기간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 이상(일평균 약 1000명 방문)이 한국인일 만큼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슬슬 ‘베트남판 제주도’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개척의 시대

푸꾸옥 선셋타운의 전경. 베트남의 선그룹이 일대의 개발을 도맡아 거리와 건축이 거의 비슷하다. 베트남이 아니라 유럽 어딘가의 풍경처럼 보인다. 왼쪽의 거대한 다리가 랜드마크인 '키스 브릿지'다. 백종현 기자

푸꾸옥 선셋타운의 전경. 베트남의 선그룹이 일대의 개발을 도맡아 거리와 건축이 거의 비슷하다. 베트남이 아니라 유럽 어딘가의 풍경처럼 보인다. 왼쪽의 거대한 다리가 랜드마크인 '키스 브릿지'다. 백종현 기자

푸꾸옥은 베트남에서 가장 변화가 빠른 도시다. 크기는 제주도의 딱 3분의 1(약 589㎢)이다. 그래도 베트남에서는 가장 크다. 2000년대 베트남 정부가 하와이‧몰디브 버금가는 관광지라는 목표를 세우고 개발에 나서면서,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던 어촌이 럭셔리 휴양 섬으로 탈바꿈했다. 베트남 굴지의 대기업 ‘빈그룹(Vin Group)’과 ‘썬그룹(Sun Group)’이 북부와 남부 지역을 도맡아 섬 전체를 갈아엎었다. 변변한 호텔 하나 없던 섬마을에 지금은 특급호텔과 럭셔리 리조트가 30개 넘는다. 30년 전만해도 인구가 5000명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18만명을 넘본다. 2019년에는 500만 가까운 관광객이 푸꾸옥을 찾았다. 푸꾸옥은 2021년 3월 베트남 섬 최초로 ‘시’로 승격했다.

푸꾸옥은 섬 전체가 아름다운 해변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진은 남부 지역 켐비치의 모습. 백종현 기자

푸꾸옥은 섬 전체가 아름다운 해변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진은 남부 지역 켐비치의 모습. 백종현 기자

지난달 푸꾸옥을 찾았다. 공항에서 남부 번화가까지는 차로 20분 거리. 우리네 제주도처럼 해안을 따라 아름다운 해변과 특급호텔‧리조트, 테마파크 등이 늘어서 있었다. 대부분이 지은 지 2~3년이 안 된 새 건물이었다. 남쪽 해안 끄트머리의 ‘뉴 월드 푸꾸옥’ 리조트에 들러 남들의 휴양을 엿봤다. 바다로 뻗은 인피니티 풀에서 수영을 즐기고, 백사장을 거닐고, 해먹 위에서 낮잠을 자고, 비치 바에서 모히또를 즐기는 이들 중에는 한국인도 여럿 보였다. 리조트 관계자는 “투숙객의 30% 이상이 한국인”이고 “신혼 여행객이나 젊은 연인이 많다”고 귀띔했다. 침실 3개와 식당, 개인 수영장 등이 딸린 풀빌라 가격이 1박 35만원 수준이었다.

뉴월드 푸꾸옥 리조트의 풀빌라 내부. 백종현 기자

뉴월드 푸꾸옥 리조트의 풀빌라 내부. 백종현 기자

고도로 설계된 낭만

베트남 푸꾸옥 선셋타운의 모습. 건축 양식도 외벽과 지붕의 색도 모두 비슷하다. 백종현 기자

베트남 푸꾸옥 선셋타운의 모습. 건축 양식도 외벽과 지붕의 색도 모두 비슷하다. 백종현 기자

푸꾸옥 남부 시내를 돌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놀라울 정도로 획일화된 도시의 풍경이었다. 파스텔톤으로 칠한 고만고만한 키의 건축들이 바다를 향해 펼쳐져 있었다. 호텔도 레스토랑과 상점도 디자인이 비슷했다. ‘선셋타운’이라는 마을 이름도 비현실적이었다. 하나하나의 개성, 각자의 삶을 포기한 채 일관된 비전으로 설계한 도시의 풍경이라니.

썬그룹이 주도해 개발한 남부 지역은 일대가 지중해풍의 테마파크를 방불케 했다. 영화 ‘트루먼 쇼’ 방식의 거대한 세트장 같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날씨와 파도까지 자유자재로 컨트롤했던 영화처럼, 선셋타운의 낭만도 고도로 설계돼 있었다. 매일 밤 해상 극장에서 뮤지컬 쇼와 불꽃놀이를 벌이고, 끝나는 시간에 맞춰 인근에서 야시장이 서는 식이다.

세계 최장의 '선월드 해상 케이블카'에서 본 푸꾸옥의 전경. 선셋타운을 벗어나면 정겨운 어촌 풍경이 드러난다. 백종현 기자

세계 최장의 '선월드 해상 케이블카'에서 본 푸꾸옥의 전경. 선셋타운을 벗어나면 정겨운 어촌 풍경이 드러난다. 백종현 기자

선셋타운에서 혼똔섬으로 이어지는 세계 최장의 해상 케이블카(7899,9m)가 이곳의 대표 명물이다. 혼똔섬으로 들어가는 20분 동안 선셋타운과 주변의 어촌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혼똔섬은 거대한 놀이공원이다. 외딴 섬에서 즐기는 워터슬라이드, 바닷속을 누비는 ‘시워킹’도 있지만, 케이블카가 제일 짜릿했다.

푸꾸옥의 선셋타운의 키스 브릿지. 다리 중앙에서 입을 맞추는 낭만적인 사진을 남길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해 질 녘 유독 많은 사람이 몰린다. 백종현 기자

푸꾸옥의 선셋타운의 키스 브릿지. 다리 중앙에서 입을 맞추는 낭만적인 사진을 남길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해 질 녘 유독 많은 사람이 몰린다. 백종현 기자

요즘 푸꾸옥에서 가장 핫한 곳은 선셋타운 앞바다에 선 ‘키스 브릿지’다. 400m 길이의 다리 2개가 30㎝ 간격을 두고 마주 보는 특이한 구조의 다리다. 다리 양쪽 끝에 서서 상체를 숙이면 입을 맞출 수 있다. 해 질 녘 찾아갔더니, 다리는 키스를 하려는 연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보며 수십 명의 입맞춤을 지켜봤다. 그들 모두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처럼 보였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여행정보

여행정보=푸꾸옥까지는 대략 6시간이 걸린다. 제주항공을 비롯해 주요 항공사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주 30회 이상의 직항편을 띄운다. 부산 김해공항에서도 비엣젯 항공이 직항 노선을 운항한다. 푸꾸옥은 연중 20~30도를 오가는 온화한 날씨가 이어진다. 5~11월은 우기여서 우산을 챙겨야 한다. 혼똔섬 케이블카 왕복 이용료 64만동(약 3만5000원), 키스 브릿지 입장료 10만동(약 5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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