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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 좋으면, 학원 덜 보낸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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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정선언 기자 중앙일보 기자
정선언 P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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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늦은 걸까?” 지난달 발행된 ‘대치동으로 본 초등 사교육 대해부’ 시리즈를 취재한 ‘헬로! 페어런츠(hello! Parents)’ 기자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이다. 불안은 자책으로 이어졌다. “내가 너무 무심했나?”

지난해 만난 학군 전문가 심정섭 더나음연구소장은 “학원 보내면 점수는 올릴 수는 있지만, 등급을 바꿀 순 없다”고 말했다. 대치동에서 20년 가까이 영어 강사로 일하며 내린 결론이다. 결국 공부는 스스로 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직 교사 출신의 EBS 일타 강사 정승익씨도 “사교육을 아무리 받아도 10명 중 9명은 명문대 진학에 실패한다”고 잘라 말했다. 과도한 사교육이 아이는 낙오자로 만들고, 양육자는 가난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가 『어머니, 사교육 줄이셔야 합니다』를 쓴 이유기도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초·중·고 사교육비는 27조1000억원. 사상 최대 규모다. 초·중·고 학생 수는 전년보다 1.3% 줄었는데도 사교육비는 늘었다. 사진은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연합뉴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초·중·고 사교육비는 27조1000억원. 사상 최대 규모다. 초·중·고 학생 수는 전년보다 1.3% 줄었는데도 사교육비는 늘었다. 사진은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연합뉴스]

양육자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닐 것이다. 학부모의 학력과 경제력, 사회의 경쟁 강도 등 사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많다. 대부분 전자의 변수의 힘이 클수록 사교육도 많이 시킨다는 게 학계 연구 결과다. 반대로 사교육과 반비례하는 변수는 없을까? 만약 그런 변수가 있다면, 이걸 활용해 사교육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2021년 발표된 논문 ‘부모 수준과 가족관계가 부모 효능감과 양육 불안감을 매개로 초등 사교육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에 따르면, ‘좋은 가족 관계에 의한 부모 효능감 향상은 양육 불안감과 사교육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 부모 효능감은 자녀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결국 부부관계, 그리고 자녀와의 관계가 좋으면 부모는 자녀 양육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자신감이 클수록 사교육을 덜 시킨다는 얘기다.

최근 취재한 거실 공부 리포트에서도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함께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아이의 학습을 챙긴 6명의 양육자는 “거실 공부의 핵심은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덕분에 부모는 아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그럴수록 아이도 부모를 믿는다. 이들 가족 중심에 학원이 아니라 거실이 있었던 것은 결국 관계와 효능감 덕분이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지 않은 부모는 없다. 그러니 불안한 것이리라. 하지만 불안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에게 부족한 건 정보가 아니라 믿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