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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졸업 후 즉시 일하자" 대학에 클린룸 짓는 반도체 기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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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양대학교가 2일 서울 성동구 서울캠퍼스에서 반도체공학과 소자·공정 실습용 클린룸 개소식을 가졌다. SK하이닉스가 실제 운영하는 반도체 공정 라인 수준의 장비와 청정도를 갖췄다. 사진 한양대학교

한양대학교가 2일 서울 성동구 서울캠퍼스에서 반도체공학과 소자·공정 실습용 클린룸 개소식을 가졌다. SK하이닉스가 실제 운영하는 반도체 공정 라인 수준의 장비와 청정도를 갖췄다. 사진 한양대학교

각국의 반도체 기술 자립 경쟁이 인재 전쟁으로 번졌다. 미국·유럽에 이어 일본·대만까지 인재 영입전(戰)에 뛰어든 가운데 국내외 기업들도 인재 양성의 출발점인 대학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추세다.

한양대는 2일 서울 성동구 서울캠퍼스에서 반도체공학과 소자·공정 실습용 클린룸 개소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실제 사용하는 12인치 웨이퍼(반도체 원판) 장비를 도입해 학생들이 반도체 공정 전반을 실습할 수 있는 국내 최초 시설이다. 이를 위해 한양대에서 480억 원을 투자했고, SK하이닉스 역시 일부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SK하이닉스는 2022년부터 고려대·한양대·서강대와 학부 반도체 계약학과를 잇달아 신설했다. 기업은 졸업 후 현장에 투입 가능한 ‘즉시 전력감’ 인재를 원하고 있다. “계약학과 출신이라도 입사 후 최소 2년은 재교육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학과 기업이 손잡고 수백억 원을 투자해 반도체 팹(공장)을 대학 안에 설치하고, 교육 과정이나 시설도 실무 중심으로 통째로 뜯어 고치는 상황이다.

학교 안에 R&D 시설, 오피스 그대로

한양대학교가 2일 서울 성동구 서울캠퍼스에서 반도체공학과 소자·공정 실습용 클린룸 개소식을 가졌다. SK하이닉스가 실제 운영하는 반도체 공정 라인 수준의 장비와 청정도를 갖췄다. 이날 개소식에는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사진 왼쪽 두번째)이 참석해 반도체공학과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한양대학교

한양대학교가 2일 서울 성동구 서울캠퍼스에서 반도체공학과 소자·공정 실습용 클린룸 개소식을 가졌다. SK하이닉스가 실제 운영하는 반도체 공정 라인 수준의 장비와 청정도를 갖췄다. 이날 개소식에는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사진 왼쪽 두번째)이 참석해 반도체공학과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한양대학교

이날 개소식에 참석한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은 “현재 하이닉스의 연구개발(R&D) 센터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시설이라 놀랐다”면서 “현장 맞춤형 반도체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김 사장이 개소식에서 “올해 많은 이익을 내면 학교에 더 많은 지원을 하겠다”고 하자 반도체공학과 학생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실제 현장에서 쓰는 장비를 학교에 도입한 덕분에 우리 졸업생들은 입사후 안전 교육만 받으면 바로 팹에서 일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고려대는 지난 1일 SK하이닉스 계약학과인 반도체공학과 2학년 학생 30명 전원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UC데이비스에 파견했다. 유현용 학과장은 “기업들에 외국인 직원들도 늘어날 것이라 학생들이 미리 글로벌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마련한 프로그램”이라며 “인근에 있는 솔리다임(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자회사)에서 단기 인턴십을 진행하기 위해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고려대는 기업과 함께 교과목도 개발했다. 일반물리·일반화학 등과 같은 기초 과목 비중을 줄이고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문제해결 능력을 높일 수 있는 과목을 도입해 1학년부터 전공 위주로 가르치고 있다.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2021년 3월 고려대와 SK하이닉스가 협력해 신설한 계약학과다.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홍보 영상의 한 장면. 사진 고려대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2021년 3월 고려대와 SK하이닉스가 협력해 신설한 계약학과다.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홍보 영상의 한 장면. 사진 고려대

올 12월 완공 목표로 건설 중인 고려대 IT교양관 건물에는 한 층 전체에 반도체 팹과 함께 SK하이닉스 최초의 캠퍼스 오피스가 들어선다. 하이닉스의 엔지니어들이 학교에 마련된 공유 오피스로 출근해 학생들과 교류하며 산학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일부 기업들이 보안 문제를 들어 산학협력을 꺼리는 편인데, 캠퍼스 내에 공유 오피스를 만들어 우려를 불식했다. 유 학과장은 “기업의 데이터를 외부로 반출하려면 보안 문제로 반출 승인을 받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캠퍼스 내 오피스는) 하이닉스 본사와 똑같은 보안 절차를 거쳐야 출입할 수 있고 24시간 보안 요원이 배치돼 있어 직원들이 학교와 협업하는 데 부담이 덜할 것”이라 말했다.

이 밖에 성균관대는 2006년부터 삼성전자와 계약학과인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2001년부터는 인재육성 산학협동 협약을 맺어 삼성전자공과대학교(SSIT)를 운영, 재직자 교육을 실시한다. 지난 2021년부터는 연세대도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시스템반도체공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인재양성 경쟁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반도체 부활을 노리는 일본과 대만도 국경을 넘어 인재양성을 위해 손을 잡았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대만 TSMC는 이달 일본 규슈대와 산학협력을 체결한다. TSMC 연구자들이 규슈대 학생을 지도하거나 규슈대 학생을 TSMC 대만 본사에 인턴십 형태로 파견하고 양측이 논문을 공동집필하는 등 다수의 협력 프로젝트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대학교가 2일 서울 성동구 서울캠퍼스에서 반도체공학과 소자·공정 실습용 클린룸 개소식을 가졌다. SK하이닉스가 실제 운영하는 반도체 공정 라인 수준의 장비와 청정도를 갖췄다. 이기정 한양대 총장(사진 왼쪽 두번째)과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왼쪽 세번째)이 방진복을 입고 반도체 공정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한양대학교

한양대학교가 2일 서울 성동구 서울캠퍼스에서 반도체공학과 소자·공정 실습용 클린룸 개소식을 가졌다. SK하이닉스가 실제 운영하는 반도체 공정 라인 수준의 장비와 청정도를 갖췄다. 이기정 한양대 총장(사진 왼쪽 두번째)과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왼쪽 세번째)이 방진복을 입고 반도체 공정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한양대학교

미국에서도 인텔이나 삼성전자가 미래 인재를 선점하기 위해 산학협력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반도체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 인텔은 최선단 1.8㎚(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을 미국 미시간대와 UC버클리 학생에 개방해 공동연구 그룹을 운영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텍사스대(오스틴)나 텍사스A&M대 등 지역 대학과 반도체 인재 육성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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