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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일본 '반도체 밀착'…한국과 전략적 R&D 친구 될까 [新반도체 삼국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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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제1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경제 안보’ 국제포럼이 22일 대만 타이페이 국립정치대학에서 열렸다. 한국, 대만, 일본 반도체 산업 정책결정자 및 학자들이 모였다. 타이페이=심서현 기자

제1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경제 안보’ 국제포럼이 22일 대만 타이페이 국립정치대학에서 열렸다. 한국, 대만, 일본 반도체 산업 정책결정자 및 학자들이 모였다. 타이페이=심서현 기자

오늘의 경쟁자는 내일의 친구가 될까. 그간 반도체 산업에서 치열하게 경쟁해 온 한국·일본·대만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속에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미국의 대중 규제와 중국의 공습이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 ‘한국의 메모리, 일본의 재료, 대만의 제조’가 의기투합할 가능성이다.

제1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경제 안보’ 국제 포럼이 지난 22일 대만 타이페이 국립정치대학에서 열렸다. 한국·대만·일본의 정치·안보·산업 학자 및 정책입안자들이 모여 급변하는 대외 환경 속에 반도체 산업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 부속 ‘민주주의사회 신기술연구소(DEST)’와 대만 공상협진회, 일본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국제문화회관 지경학연구소가 공동주최했다.

제1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경제 안보’ 국제포럼이 22일 대만 타이페이 국립정치대학에서 열렸다. 한국, 대만, 일본 반도체 산업 정책결정자 및 학자들이 모였다. 한국에서는 권석준 성균관대 화공학부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타이페이=심서현 기자

제1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경제 안보’ 국제포럼이 22일 대만 타이페이 국립정치대학에서 열렸다. 한국, 대만, 일본 반도체 산업 정책결정자 및 학자들이 모였다. 한국에서는 권석준 성균관대 화공학부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타이페이=심서현 기자

점점 밀착하는 ‘대만+일본’

지난달 일본 구마모토 현에 TSMC 반도체 1공장이 개소한 것을 반영하듯, 포럼 시작부터 대만과 일본은 ‘반도체 우정’을 과시했다. 대만 반도체 정책의 설계자인 우정중 국가과학위 주임위원(장관급)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앞으로 민주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으로 나뉘어 극심한 경쟁이 이뤄질 텐데, 민주 진영인 우리가 뭉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조연설을 한 스즈키 가즈토 일본 국제문화회관 지경학연구소장(도쿄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일본과 대만은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이므로, 불안정하고 취약한 국제 질서 속에서 상호 협력할 수 있다”라고 화답했다.

이들은 특히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와 일본 재료의 만남에 주목했다. 양광레이 대만국립대 겸임교수(전 TSMC R&D 이사)는 “TSMC는 향후 파운드리 분야에서 계속 업계를 지배할 것이고, 일본은 반도체 장비와 재료를 강점으로 (노광장비 제조사인) ASML에 맞설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양국 협력이 긴밀해질 것으로 봤다. 스즈키 소장도“일본 기업은 대만을 이미 반도체 생태계에 편입시켰고, 대만에 대한 일본 기업 투자가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 ‘3국 R&D 협력’ 제안

대만과 일본의 밀착과는 달리, 포럼 전반적으로 한국과 협력에 대한 언급은 적었다. 한국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파운드리에서는 삼성전자가 TSMC의 뒤를 이은 2위인 만큼, 경쟁자로 보는 분위기였다.

이날 13명의 연사 중 한국인은 『반도체 삼국지』 저자인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가 유일했다. 권 교수는 “한국·대만·일본이 연구개발(R&D) 오픈 플랫폼을 만들어 장기적으로 기술 협력을 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유럽은 반도체 생산 능력이 적지만 벨기에·프랑스·네덜란드 3국이 공동설립한 반도체 연구소 IMEC이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개발과 테스트를 전담하며 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동아시아 3국도 ‘전략적 친구’로 뭉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권 교수는 반도체가 이미 기술적·물리적 한계에 도달하고 있고, AI용 반도체 혁신이 시급하며 이미 반도체 팹의 소비 전력·비용이 높아졌기 때문에 3국의 협력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양광레이 교수도 “지금 한국과는 솔직히 협력보다 경쟁 관계”라면서도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고, AI 시대에는 메모리와 로직 모두 필요하니 협력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제1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경제 안보’ 국제포럼이 22일 대만 타이페이 국립정치대학에서 열렸다. 한국, 대만, 일본 반도체 산업 정책결정자 및 학자들이 모였다. 한국에서는 권석준 성균관대 화공학부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타이페이=심서현 기자

제1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경제 안보’ 국제포럼이 22일 대만 타이페이 국립정치대학에서 열렸다. 한국, 대만, 일본 반도체 산업 정책결정자 및 학자들이 모였다. 한국에서는 권석준 성균관대 화공학부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타이페이=심서현 기자

삼국 공통의 고민 ‘트럼프 시대’와 ‘중국’

3국은 올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할 경우 대외 정책과 중국의 반도체 기술 강화에 공동 대처할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스즈키 가즈토 소장은 “(트럼프 재선시) 중국에 대한 제재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때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은 기업”이라고 일본의 고민을 토로했다. 일본엔 반도체 재료 수출 기업들이 많다. 권석준 교수는 “미국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구(舊)공정 반도체 시장을 10년 안에 장악할 것”이라며 “우리 3국은 여기에 대처해야 하므로 같은 배를 탔다”라고 말했다.

경쟁자에서 전략적 동반자로 가기 위해 민간 교류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아키라 이가타 도쿄대 부설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RCAST) 디렉터는 “TSMC 같은 외국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주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일본 내에 있다”라며 “3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 대화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첸 밍치대만 국방안보연구소(INDSR) 소장은 “기술은 더이상 가치중립적이지 않으며, 초세계화 시대에 신뢰는 가장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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