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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 고통에 시달리는 반려견 보냈다…美서 퍼지는 조력사망

중앙일보

입력

워싱턴포스트(WP)가 소개한 쇼치의 사연. 출처 the Washington Post

워싱턴포스트(WP)가 소개한 쇼치의 사연. 출처 the Washington Post

올해 11살 쇼치는 암 투병 중이었다. 오른쪽 눈의 시력은 상실됐고, 잘 먹지도 자지도 못한다. 쇼치는 미국 워싱턴DC에 사는 믹스견이자, 에덴 게인즈 씨의 소중한 가족이다.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30일(현지시간)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소개한 기사는 쇼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게인즈 씨는 쇼치가 고통을 못 견디고 괴로워하자, 도움을 청한다. 수의사 캐런 마이어스가 집에 왕진을 오고, 이렇게 제안한다.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요. 편안하게 보내주는 방법을 고민해 보시지요."

마이어스가 권한 것은 반려견 조력사망. 게인즈 씨는 고민 끝에 그 조언에 따르기로 했다. WP가 묘사한 바에 따르면, 마이어스는 먼저 진통제를 주고, 쇼치가 잠에 들면 특정 약물을 주사로 투여한다. 10분 정도면 쇼치의 고통은 끝난다고 마이어스는 WP에 설명했다. WP는 "모든 반려동물은 천국에 간다, 이 수의사는 그 과정을 집에서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제목을 달았다.

반려견의 죽음을 맞는 방법은 다양하다. 사진은 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가 반려견 조이의 유골 일부를 스톤(동물 유골을 보석 형태로 가공한 것)으로 제작한 것. 김현동 기자

반려견의 죽음을 맞는 방법은 다양하다. 사진은 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가 반려견 조이의 유골 일부를 스톤(동물 유골을 보석 형태로 가공한 것)으로 제작한 것. 김현동 기자

팬데믹을 거치며 미국에선 반려동물, 특히 반려견을 입양하는 숫자가 급증했다고 WP는 전했다. 반려동물이 주는 기쁨이 큰 만큼, 반려동물을 돌보는 데 대한 여러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1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인구의 28.9%, 네 명 중 한 명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의미다.

WP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전하며 마이어스 수의사가 설립한 반려동물 조력사망 전문기관을 소개했다. 반려인의 요청으로 마이어스에 의해 조력사망을 맞은 동물 숫자는 1500마리에 달한다고 WP는 전했다. 반려견뿐 아니라 반려묘, 토끼, 쥐까지 동물의 종류도 다양하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WP)가 소개한 반려견 조력사망 수의사 캐런 마이어스. 출처 the Washington Post Instagram

워싱턴포스트(WP)가 소개한 반려견 조력사망 수의사 캐런 마이어스. 출처 the Washington Post Instagram

마이어스는 "반려동물은 '좋은 죽음(good death)'을 맞이할 권리가 있다"며 "워싱턴DC부터 미국 각지에서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반려동물 조력사망 일을 한다고 하면 다들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며 "하지만 반려동물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WP에 말했다. 반려동물이 영어 표현으로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즉 사망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여러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WP의 이번 보도는 반려동물의 조력 사망을 권장하는 게 아니라, 이런 방식이 이미 현실에서 많이 선택되어지고 있음을 짚고, 관련 논의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의미가 있다. 반려동물 조력사망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 논쟁이 뜨겁다고 WP는 지난해에도 소개한 바 있다. 의사 표현이 어려운 반려동물의 생존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는 내용이다.

20만 구독자 유명 동물 유튜버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자신의 반려견을 복제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반려견 복제 논쟁이 불거졌다. 사진은 해당 유튜버의 이전 반려견을 복제해 태어난 강아지들. 출처 인스타그램

20만 구독자 유명 동물 유튜버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자신의 반려견을 복제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반려견 복제 논쟁이 불거졌다. 사진은 해당 유튜버의 이전 반려견을 복제해 태어난 강아지들. 출처 인스타그램

외신에선 반려동물 사망 관련 보도를 심도있게 하는 편이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해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을 위로하는 법"을 집중분석하면서 "가족을 잃는 건 쉽지 않은데, 심심한 위로를 표한다" "OO는 특별한 아이였고 너라는 반려인을 만나 행복했을 거야" 등의 표현을 권장했다.

쇼치의 조력사망은 반려인 게인즈가 곁에 꼭 붙어있는 상태로 이뤄졌다고 한다. 게인즈는 WP에 "아이(쇼치)가 이렇게까지 회색 빛이 되다니"라며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그런 반려인의 손을 잡으며 마이어스는 이렇게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괜찮아요. 이제 쇼치는 날개를 달고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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