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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는 외교의 영역에 남겨준다면 “셰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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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유지혜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유지혜 외교안보부장

유지혜 외교안보부장

다음 중 다른 정치인이 한 말은 무엇일까.

①중국에도 셰셰(謝謝, 고맙다),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 뭘 자꾸 여기저기 집적대나.

②중국의 인권 문제에 관심 갖기보다는 우리 경제와 국민의 삶에 관심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③(사드 추가 배치-한·미·일 군사동맹 발전-미국 주도 미사일 방어 체계 편입을 하지 않는다는 문재인 정부의 ‘사드 3불’ 입장은)적정하다고 생각한다. 다 중국과의 경제협력 관계 때문이다.

④동서 해역에 북한이나 중국(어선의) 불법은 강력하게 단속하겠다. 불법 영해 침범인데 그런 건 격침해 버려야 한다.

이재명 대표의 “셰셰” 발언을 보도한 중국 언론. [환구시보 캡처]

이재명 대표의 “셰셰” 발언을 보도한 중국 언론. [환구시보 캡처]

정답은 없다. 네 발언 모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말이다. ①은 지난달 충남 당진시 유세 현장에서, ②는 20대 대선 전인 2022년 1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③은 같은 해 2월 TV 토론회에서, ④도 같은 해 2월 언론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셰셰”와 “중국 어선 격침”을 넘나드는 그의 대중관은 혼란스럽다. 이를 이 대표는 “할 말은 한다”는 기조라고 설명해왔고, 그 기준은 “국익”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대표가 말하는 대중 외교에서의 국익이란 건 그때그때 달라지는 것 같다. 어민 피해를 막기 위해 중국 어선을 격침한 뒤 일어날 중국의 보복은 감수할 수 있고,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사드 배치로 인한 보복은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는 뜻이니 말이다.

“셰셰” 발언에서도 새겨들을만 한 논지는 있다. 대중 외교 강화 필요성이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 동맹 강화-한·일 관계 복원-한·미·일 협력 업그레이드 등 순서로 외교 정책을 추진해 왔다. 우선순위의 옳고그름을 떠나, 그 사이 대중 외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중국 사람들이 한국 물건을 안 산다”는 그의 주장은 사실관계 자체가 틀렸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3년 약 628억1662만 달러였던 중국 무역 수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236억8080만 달러로 떨어지는 등 이미 하락 추세였다. 오히려 올 들어 대중 수출은 전년 대비 증가했다.

외교를 국내 정쟁에 끌어들이는 순간 어떤 식으로든 손실은 불가피하다. “셰셰” 발언을 중국 매체들이 불필요한 해석까지 붙여 대거 보도하는 게 대표적이다. 외교는 부디 외교의 영역에 남겨두자.

(참, 많이 회자되지는 않았지만, 이 대표는 “(현정부가)우크라이나에 경도돼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기술을 제공한다”고도 했다. 이건 굳이 설명을 덧붙이고 싶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