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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덩이에 빠졌다 구조된 33개월 여아, 상급병원 못 가보고 숨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물웅덩이에 빠졌다가 구조된 여아가 전원할 상급종합병원을 찾던 중 숨졌다. 31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생후 33개월 A양은 지난달 30일 오후 4시30분 충북 보은군 보은읍의 주택 옆 1m 깊이 물웅덩이에 빠진 채 부모에게 발견됐다. 소방구조대 도착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A양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오후 4시59분 보은읍 B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B병원 측은 상태가 위중하다고 판단해 오후 5시25분 충북 지역 3차 의료기관인 충북대병원에 전원을 요청했지만, 소아 중환자 병상 부족을 이유로 거절당했다.

곧바로 대전 충남대병원과 을지대병원, 세종 충남대병원, 오후 5시50~55분 더 먼 천안의 상급병원 2곳, 오후 6시4분 대전의 한 종합병원, 오후 6시6분 경기의 한 상급병원에 차례로 전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A양은 B병원에서 CPR과 약물치료 등을 받던 오후 6시7분쯤 맥박을 되찾았다. 이후 119상황실까지 상급병원 섭외에 나섰지만, 오후 7시1분 A양은 다시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오후 7시25분 “전원이 가능하다”고 했던 대전의 한 대학병원은 2분 뒤 “심정지 상태에선 수용이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A양은 오후 7시40분쯤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충북도 관계자는 “전공의 파업으로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물에 빠져 심정지가 와 CPR을 1시간 이상 했다면 상급종합병원으로 옮겨도 더 할 수 있는 조치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전원 과정을, 경찰은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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