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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회귀는 드라마? 시간역행 가능성 되묻는 물리학 '시간여행'[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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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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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되돌릴 수 있을까
다카미즈 유이치 지음
김정환 옮김
북라이프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부터 ‘내 남편과 결혼해줘’까지. 바야흐로 타임 슬립(time slip, 알 수 없는 이유로 과거나 미래로 가는 이야기) 전성시대다. 특히 과거로 돌아가 '인생 2회차'를 사는 소위 회귀물이 인기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픽션일 때 얘기다. 누군가 ‘실제 그런 일이 가능할까’ 묻는다면, 어디 아프거나 모자란 사람 취급받기에 십상이다. 그렇지만 만약 그 사람이 시간과 우주의 비밀을 탐구하는 물리학자라면 어떨까. 더구나 『시간의 역사』로 유명한 스티븐 호킹 박사의 제자라면.

숨진 주인공이 다시 과거에서 살아나 인생 2회차를 사는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사진 tvN]

숨진 주인공이 다시 과거에서 살아나 인생 2회차를 사는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사진 tvN]

저자는 농담이 아니라 진지한 과학의 관점에서 ‘시간의 역행 가능성’을 묻는다. ‘거시세계에선 시간이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지만, 미시세계에서도 그럴까?’ ‘공간은 3차원이지만 시간은 1차원이다. 만약 2차원이라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텐데….’

그리고 그 실마리를 찾아, 17세기 뉴턴 역학부터 20세기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그리고 둘의 통합을 시도하는 최근의 양자중력이론ㆍ순환우주이론까지, 물리학의 과거·현재·미래를 넘나드는 ‘지적 시간여행’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다행(?)인 것은 호킹 박사의 『시간의 역사』가 그렇듯, 설명할 때 복잡한 물리학 수식을 거의 쓰지 않는다는 점. 대신 비전공 학생이나 일반인 대상으로 교양 강의를 하듯, 말로 대부분의 풀이를 이어간다. 그것도 유쾌하고 발랄한 어투로.

그래도 양자역학은 쉽지 않다. 우리가 사는 세상 경험과 직관, 상식에 위배되는 미시세계의 현상을 다루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조차 “양자역학을 연구하며 머리가 아프지 않은 사람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닐스 보어),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해도 무방하다”(리처드 파인만)라고 했을까.

그러니 이 책을 통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리기보다, 시간에 대한 다양한 사고를 즐기라”는 게 저자의 권유다.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우주에 관해 이것저것 상상해 보는 것은 지적 생명체에게 허락된 특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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