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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급여 기업체 83% 수준"…최후의 보루 연금도 불안 [젊은 공무원 엑소더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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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연세대 같은 과 동기였던 A씨와 B씨는 2021년 대학 졸업 후 진로가 갈렸다. A씨는 세종시 소재 중앙부처 7급 공무원으로, B씨는 대기업 사무직 직원으로 취업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시기는 비슷했지만 취업 3년차쯤 급여 차이는 컸다. 지난해 11월 기준 두 사람의 각종 수당을 포함한 월 실수령액(세후)은 각각 약 207만원과 340만원. 명절수당·상여금·성과급 등을 포함하면 두 사람의 세후 연봉은 1.9배 차이로 더 벌어졌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두 사람의 월 가계부 지출을 보니 식비·통신비 항목은 비슷했지만 주거·저축에선 차이가 컸다. A씨는 월세 60만원을 내고 6평 원룸에서 살았지만, B씨는 지난해 16평 주택을 구입해 대출 원리금으로 158만원을 썼다. 저축액은 두 사람 모두 50만원 가량이지만, B씨는 주택 구입 전엔 170만원씩 적금을 부었다. A씨는 “꼬박꼬박 저축을 하려 하지만 못하는 달도 있다”며 “공무원연금 수령 나이도 늦춰지고 액수도 줄어 기회가 되면 사기업으로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젊은 공무원이 공직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급여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3 공직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앙부처와 광역단체에 근무하는 일반직 공무원 6444명 중 이직 의향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20대(5점 중 3.73점)와 30대(3.53점)로 나타났다. 이유 1위가 ‘낮은 보수(20대 83.3%, 30대 72.8%)’였다. 지난해 정부가 ‘연봉 6% 인상’ 파격 카드를 꺼내면서 올해 9급 공무원 초임 연봉은 세전 3010만원으로 처음 3000만원대를 넘겼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조사한 2020년 300인 이상 대기업 대졸 초임 연봉(세전 5084만원)에 비하면 4년 전 수치임에도 60% 수준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인사혁신처의 ‘민·관 보수수준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용 근로자 100인 이상의 민간 사업체 사무관리직의 보수 평균을 100으로 환산했을 때, 공무원 보수 수준은 2004년엔 95.9%였지만 2020년(90.5%)부터 하락해 2022년 83.1%까지 내려갔다. 경기도의 한 시청에서 근무하는 임모(35)씨는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몇 년 더 버느니 이직해 더 번 돈으로 주식 투자를 하는 게 더 나은 선택 같다”고 했다. 경제부처에서 근무했던 이모(34)씨도 “공무원이 문과생이 갈 수 있는 가장 명예로운 직업 중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대기업이나 전문직을 선택한 친구들을 보면 회의감이 몰려왔다”고 퇴직 이유를 설명했다.

민간 기업 대비 공무원 보수 수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인사혁신처]

민간 기업 대비 공무원 보수 수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인사혁신처]

게다가 마지막 보루처럼 여겨지던 공무원연금도 불안해졌다. 지난 2015년 공무원연금법 개정 뒤 수령 연령과 지급액이 달라진 데다 수시로 개편 이슈가 부상하기 때문이다. 당시 연금법 개정으로 기여금 중 본인 부담률은 높아졌고(7%→9%), 지급률은 낮아지고(1.9%→1.7%), 수령 연령은 60→65세로 늦춰졌다. 경제 관련 부처 소속 김모(35)씨는 “연금 수령액이 예전처럼 노후를 보장할 수준이 못돼 ‘공무원은 철밥통’이란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의 저성장 장기화로 근로소득으로 부(富)를 축적하거나 경제 계층을 이동하는 게 어려워지면서 젊은 공무원의 이탈이 가속화한다는 분석도 있다. 젊은층에게 급여는 재테크의 ‘시드 머니’ 역할을 하는데 낮은 급여를 모아도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SNS)가 발달하며 타인과 삶을 직접 비교하기 쉬워진 점도 보수에 대한 불만을 부추기는 환경적 요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택 등의 가격은 크게 오르는데 공무원 보수로는 초기자본을 형성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처음 투자 금액의 차이가 향후 더 큰 수익 차로 이어지는 점이 (이탈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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