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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쁠리에의 순간이 온다, 발레처럼 삶에서도[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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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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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를 배우며 생각한 것들
신예리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취미로 발레를 배운 사람으로서 다른 이에게 이를 권하면 반응은 두 가지다. "이 나이에 무슨, 말도 안 돼" 또는 "나도 배울 수 있다니 궁금한걸". 저자는 후자였다. 수년 전 건강 얘기를 하다 발레를 권했을 때, 유난히 반짝였던 그의 눈을 기억한다. 이 책은 그가 이후 오랜 생각을 실행에 옮겨 발레 스튜디오에서 흘린 땀의 반짝이는 산물이다.

몸도 마음도 굳었을 때 발레 슈즈를 처음 신는 건 용기가 필요하다. 흔히 생각하는 토슈즈(정식 명칭 포앵트 슈즈)는 언감생심. 제대로 된 기본동작 수행은 캔버스 천으로 만든 연습 슈즈를 신어도 어렵다. 내전근·중둔근 등의 하체 근력을 사용하되 상체는 호흡을 들어 올리는 풀업(pull up)을 유지한 채 무릎을 구부리는 쁠리에(plié)가 대표적. 발레의 알파와 오메가인 이 동작은, 알수록 어렵다. 저자는 이를 "누구에게나 구부리는 쁠리에의 순간이 온다"며 삶의 의미와 연결짓는다. 33년을 글과 말로 살아온 저널리스트로서 저자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지난달 초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국립발레단 단원들의 공연 모습. [AP=연합뉴스/Darryl Dyck /The Canadian Press via AP)

지난달 초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국립발레단 단원들의 공연 모습. [AP=연합뉴스/Darryl Dyck /The Canadian Press via AP)

발레는 얄궂다.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수석무용수 서희는 발레를 "잔인한 아름다움"이라 했다. 어린 시절 시작한 프로 무용수에게도 이럴진대, 성인 취미 발레인에게 발레는 희망과 절망의 양날 검이다. 사뿐하고도 가뿐하게 뛰어오르는 점프의 최고봉, 그랑주떼를 위해선 기본 쁠리에부터 철저히 다져야 한다. 미국 발레의 아버지 조지 발란신이 "기본 동작 하나를 배우는 데도 몇 년이 걸린다"고 강조한 까닭이다.

이러다 보니 포기하는 이들이 속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잔인한 아름다움을 벗 삼는 법을 체득하는 과정을 책에 풀어놓고, 발레 스튜디오에서 선생님들이 쏟아내는 명언을 삶의 지혜라는 맥락으로 책에 담아낸다. 발레를 좋아하지 않아도, 발레의 'ㅂ'조차 몰라도 이 책이 삶을 살아가는 우아함의 나침반이 될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갖게 된다. 백조가 우아하게 떠 있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것처럼, 삶 역시 우아하기 위해선 땀을 흘려야 한다. 이왕이면 즐겁게 땀을 흘리는 법을 저자는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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