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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한파' 美의원…금수저 아들∙딸에게도 질타 쏟아진다

중앙일보

입력

로버트(밥) 메넨데즈 상원의원. 뇌물 수수 의혹에 휩싸였다. 사진은 지난 4일 상원에 출석해 생각에 잠긴 메넨데즈 의원. AP=연합뉴스

로버트(밥) 메넨데즈 상원의원. 뇌물 수수 의혹에 휩싸였다. 사진은 지난 4일 상원에 출석해 생각에 잠긴 메넨데즈 의원. AP=연합뉴스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지한파 미국 상원의원 로버트 메넨데즈의 추락이 두 자녀의 커리어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넨데즈 의원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2013년 한국을 방문해 청와대 및 외교부를 예방해 대통령과 장관을 만났다.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상원 외교위원장으로도 선출됐다. 쿠바 이민자의 후손으로 그 자신이 이민에 관대하며, 한국 등 아시아계 유권자를 중시하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한국 외교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정치인들도 메넨데즈 의원과의 친분을 자랑하곤 했다.

그런 그를 연방검찰이 지난해 가을, 기소했다. 뇌물 수수 혐의다. 그가 2020년 재혼한 부인과 함께 자신의 지역구인 뉴저지의 기업 중역에게서 현금과 금, 고급 자동차뿐 아니라 주택 상환 대출금 등, 모두 수십만 달러에 해당하는 금품을 수수했다는 것이 검찰 측 주장이다. 1954년생으로 70세인 메넨데즈 의원은 1976년 결혼한 부인과의 사이에 아들 딸 한 명씩을 뒀지만 2006년 이혼했다. 재혼한 부인, 나딘 메넨데즈는 57세로, 남편보다 13살 어리다. 그에 대해 외신은 "국제 사업가로, 메넨데즈 의원과 2018년 사랑에 빠져 결혼하면서 갑자기 주목을 받은 인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로버트 메넨데즈 의원의 아들, 롭 메넨데즈(왼쪽에서 두 번째 보이는 인물)이 지난해 3월 민주당 행사에 참석한 모습. 당시만 해도 정치 금수저였다. 로이터=연합뉴스

로버트 메넨데즈 의원의 아들, 롭 메넨데즈(왼쪽에서 두 번째 보이는 인물)이 지난해 3월 민주당 행사에 참석한 모습. 당시만 해도 정치 금수저였다. 로이터=연합뉴스

NYT가 20일 주목한 메넨데즈 의원의 자녀 중 아들 롭(38)은 아버지를 따라 정계에 진출했고, 딸 알리시아(40)는 방송계에서 성공적 커리어를 쌓고 있다. NYT는 "두 자녀의 성공엔 아버지의 후광이 큰 영향을 줬다"며 "특히 아들은 아버지의 지역구였던 곳에서 출마해 하원의원에 당선했다"고 전했다. 알리시아는 MSNBC의 앵커로, 주요 프로그램에 발탁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롭과 알리시아는 현재까지는 아버지의 기소에 대해 공식적인 발언은 하지 않고 있다. 아버지의 기소 소식이 전해진 지난해 9월, 둘은 함께 정계 거물이 모인 파티장에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라틴계 미국인 정치인들의 약진을 축하하기 위한 이 화려한 파티장에서 둘은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의기양양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알리시아 메넨데즈는 이 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기도 했다. 행사 참석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파티에 가는 건 언제나 즐겁다"며 "남동생(롭 메넨데즈)도 만나는 보너스까지 있네"라고 적었다.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의원의 딸 알리시아 메넨데즈 MSCNBC 앵커의 X(옛 트위터) 계정. [X 캡처]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의원의 딸 알리시아 메넨데즈 MSCNBC 앵커의 X(옛 트위터) 계정. [X 캡처]

그 자리에서 남매는 아버지가 기소됐다는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NYT는 "곧이어 (알리시아) 메넨데즈의 인스타그램엔 '가족 전체가 뇌물을 받은 거냐', '아빠는 철창행이네' 등의 비아냥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알리시아의 인스타그램엔 현재 가족 관련 포스팅은 일절 없다.

재혼한 메넨데즈 상원의원의 부인은 오랜 기간 구설에 올랐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타고 다닐 차가 없다"며 외압을 행사해 벤츠를 받아낸 뒤 남편에게 "자기야 우리의 새 차와 함께 할 새로운 인생을 축하하자"는 메시지를 2018년 보내기도 했다. 메넨데즈 의원 부부는 당시에도 뇌물 수수 혐의를 받았으나 당시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처벌은 면했다.

로버트 메넨데즈 의원이 지난 11일 법정에서 변론하는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 맨 왼쪽의 금발 여성이 부인으로 추정된다. AP=연합뉴스

로버트 메넨데즈 의원이 지난 11일 법정에서 변론하는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 맨 왼쪽의 금발 여성이 부인으로 추정된다. AP=연합뉴스

이번은 그러나 분위기가 다르다는 게 NYT 뿐 아니라 외신 전반의 분위기다. NYT는 "나딘 메넨데즈는 정치와 관련한 수많은 청탁을 받고 대신 금품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메넨데즈 부부는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올해엔 공무집행 방해 혐의까지 더해진 상태다.

앤디 김 하원의원.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의원 빈자리를 노리는 유력 차기 후보다. AP=연합뉴스

앤디 김 하원의원.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의원 빈자리를 노리는 유력 차기 후보다. AP=연합뉴스

NYT는 "메넨데즈 의원 부부의 혐의는 그의 자녀까지 사실을 알면서도 쉬쉬하거나 심지어 공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며 "아버지가 씌워 준 우산 속에서 비를 피하며 자라왔다는 비판을 듣는 두 자녀의 앞길도 막막해졌다"고 보도했다. 아버지 덕에 금수저로 태어났으나 이젠 그 때문에 위기에 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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