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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측근 "캠프데이비드 3국 협력, 우리가 집권해도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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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2019년 일본을 방문해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을 만나고 있다. 맨 오른쪽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인물이 윌리엄 해거티 당시 주일미국대사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2019년 일본을 방문해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을 만나고 있다. 맨 오른쪽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인물이 윌리엄 해거티 당시 주일미국대사다. AP=연합뉴스

지난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의 결실인 한미일 3국 합의 지속가능성 가늠자 중 하나는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다. 현 야당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할 경우,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대표적 외교 유산인 한미일 3국 협력의 동력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존재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윌리엄 해거티 전 주일미국대사를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나 그 가능성을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그는 "3국 협력은 지도자를 초월해(transcend) 이어져야 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뜻을 같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해서 다시 주한미군 축소 등을 추진할 가능성은 없을까. 이에 대한 중앙일보의 질문에 대한 해거티의 답은 명료했다. "그럴 일 없다. 내가 보장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빌'이라고 부르는 해거티 전 대사는 현 테네시주 상원의원이다. 그는 워싱턴DC 캐피톨힐 자신의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일본경제신문(닛케이ㆍ日経)ㆍ아사히(朝日)등 한ㆍ일 공동기자단을 만났다. 해거티는 금융ㆍ통상 분야 사업가 출신의 경제인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를 2017년 주일미국대사로 낙점했다. 해거티가 2019년 상원의원 출마를 선언했을 때도 트럼프는 트위터(현 X)에 "나는 빌의 출마를 전폭적이고도 완벽하게 지지한다"고 지원사격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요지.

한미일 3국 협력과 캠프 데이비드 합의에 대한 평가는.  
"지금은 한미일 3국 간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이끌어낸 지도자들 모두에게 축하의 뜻을 보낸다. 이 합의가 앞으로 정부를 초월해(transcend) 이어지길 바란다. 지속성이야말로 핵심이다. "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에 모인 한미일 3국 정상. 연합뉴스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에 모인 한미일 3국 정상.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해를 공유한다고 믿을 수 있는 근거는 뭔가.  
"집권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도 태평양 지역에 가장 많이 방문한 지도자 중 하나다. (주일대사 시절)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수차례 수행한 경험에 비춰볼 때, 그에겐 (3국 협력을) 지속하고자 하는 깊은 열망(deep desire)이 있다고 느낀다. 그 관계를 더 공고히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도 생각한다. 중국의 공격성(aggression)과 북한의 도발이 강해지는 측면에선 더욱 그러하다. 미국에 있어 3국 협력은 민주주의 수호 등 다양한 목표를 위해 필수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계속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해서 미군 재배치를 다시 추진할 가능성은.  
"미국의 군사력이 가장 강력한 곳은 다름 아닌 인도 태평양 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주한ㆍ주일미군은 중요하며, 계속 강력할 것임을 확인한다."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를 명시한) 국방수권법(NDA) 등에도 불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을 추진할 일은 없으리라는 것인가.  
"변화는 없을 것이다. 내가 보장한다."  
윌리엄 해거티 미국 상원의원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캐피톨힐 집무실에서 중앙일보를 포함한 한ㆍ일 기자단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수진 기자

윌리엄 해거티 미국 상원의원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캐피톨힐 집무실에서 중앙일보를 포함한 한ㆍ일 기자단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수진 기자

한ㆍ일 간 과거사 앙금은 여전한데.  
"양국 간 어려운 역사 문제가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수십년간 한ㆍ일 관계를 긴밀히 하는 것을 희망해왔으며, 그런 면에서 이번 캠프 데이비드 합의가 중요하고, 특히 한국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salute). 지금 우리가 공통으로 마주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무엇인가. 중국이다.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는 위협이라는 점, 공급망 등 경제로까지 파급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3국이 협력해서 디리스크(deriskㆍ위험 줄이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윌리엄 해거티 당시 주일미국대사가 2017년 일본 도쿄의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윌리엄 해거티 당시 주일미국대사가 2017년 일본 도쿄의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국 일각에선 중국이 가장 큰 위협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의견 차이는 물론 있을 수 있다. 한국 몇몇 국회의원들은 달리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일각에서 중국공산당을 등에 업고 몇몇 포식자 적인 공격행위(predatory)를 하고 있다는 위협은 엄존한다. 한국의 기업들도 상당수 피해를 보고 있는 게 현실 아닌가. 3국이 '중국 디리스크'를 위해 손잡아야 한다."  

해거티 의원이 '디리스크'라는 용어를 선택했다는 데서 현 바이든 정부와도 결을 맞춘 의도가 엿보인다. 바이든 정부가 올 초부터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아닌 '디리스킹(derisking)'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디커플'은 비동조화, 즉 분리를 뜻하지만 '디리스크'는 그보다 완만한 표현으로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위험을 낮춘다는 의미다. 중국에 대한 대응은 미국의 초당적 목표임을 행간에서 읽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2017년 방일 당시 한 만찬에서 즐거워하고 있다. 앞줄에 환히 웃고 있는 이가 윌리엄 해거티 당시 주일대사.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2017년 방일 당시 한 만찬에서 즐거워하고 있다. 앞줄에 환히 웃고 있는 이가 윌리엄 해거티 당시 주일대사. AP=연합뉴스

일본 측 기자가 "(3국 협력의 일환으로 진행될 한미일 연합 군사 훈련에서) 일본 측 군함이 한국에 정박해야 할 경우도 생길 텐데, 한국 측의 이에 대한 반감이 강한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해거티 의원은 이렇게 답했다. "도전 과제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3국 협력이 잘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 3국 연합 군사훈련 역시 긍정적 방향이라고 본다."

해거티 의원은 그러면서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그가 지난달 마련한 한미일 3국 경제인들의 모임인, "3국 경영인 대화(Trilateral Executive Dialogue)' 소개였다. 한국에선 풍산 류진 회장부터 현대 정의선 회장, 일본 게이단렌(한국의 전경련) 임원, 미국의 구글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포진해있다. 미국 국무부 부장관 후보자인 민주당 측 핵심 관료인 커트 캠벨도 이름을 올렸다. 해거티 의원은 "외교와 안보를 넘어 앞으로 로봇부터 인공지능(AI)ㆍ퀀텀 등 경제 다양한 분야에까지 효력을 갖는 것이 한미일 3국 협력"이라며 "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앞으로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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