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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반토막 난 게임주 '줍줍'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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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게임주 저점매수 기회? 그래도 옥석은 가려라

경제+

세계적 온라인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만든 개발자 마크 컨은 2011년 “한국 게임은 서양의 미래”라고 예측했다. 당시 한국 게임 시장은 ‘pay to win(이기려면 돈을 쓰라)’ 모토 아래 부분 유료 방식을 택했다. 이 점이 해외 경쟁자들에겐 혁신적 사업 모델로 비춰졌고 ‘팀포트리스2’ ‘하스스톤’ ‘도타2’ 등 많은 게임이 부분 유료화를 채택하면서 ‘P2W(Pay to win)’ 모델은 글로벌 게임 시장의 대표적인 과금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마크 컨의 예측은 절반만 맞았다. 그 사이 어떤 일이 일어났던 걸까.

2010년대는 국내 게임 대장주의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끝없이 올라가던 호시절이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 게임주는 맥을 못추고 있다.

2021년 초 1350선이던 ‘KRX 게임TOP10’ 지수는 3년 만에 50% 넘게 폭락하며 이달 초 6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글로벌 게임 관련 기업들로 구성된 ‘MVIS 글로벌 비디오 게임 & e스포츠(MVESPO)’ 지수가 12.3%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누렸던 반사이익이 조정됐고, 게임이라는 성장주 특성상 고금리 상황에서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유독 국내 게임주의 낙폭이 큰 상황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투자자 입장에선 저점 매수를 할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언제 어떤 종목의 주가가 오를지다. 머니랩이 ‘이기기 위해 사야 할’ 게임주 베팅 전략을 찾아봤다. 국내 게임주 폭락의 기폭제는 역시 실적 부진이다. 여기엔 구조적 원인이 있다. 한국 게임 시장의 84.7%(2022년 기준)를 차지하는 PC·모바일 게임 시장은 성숙기에 다다랐다. 2017~2020년 한국 PC와 모바일 게임 시장 성장률은 각각 24.1%, 95.6%로 글로벌 성장률(각 24.8%, 102.2%)보다 뒤처졌다. 만 10~65세 게임 이용률 역시 2016년 67.9%에서 2023년 62.9%로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게임산업  주력은 성장세가 멈췄고 게임 이용자도 더 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게이머들을 겨냥한 해외 게임은 계속 수입됐다.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닌텐도·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기기와 스팀·에픽게임스토어 등 여러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쏟아지면서 국내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서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PC게임 중 롤플레잉게임(RPG)을 주로 한다는 국내 이용자는 2014년 35.3%에서 지난해 31.5%로 줄어든 반면, 슈팅(8.9%→16.2%)·시뮬레이션(4.6%→10.8%) 등 그 외 장르를 즐기는 이용자는 증가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이는 돈을 많이 쓰는 몇몇 ‘고래 유저(이용자)’들에게 의존하는 국내 게임산업에 족쇄가 됐다. 국내 게임사들은 게임 내 유료 콘텐트를 팔아 수익을 얻는 구조라서 한 게임을 오랫동안 서비스하며 충성 고객층을 붙잡아 둬야 했는데, 즐길 게임이 다양해진 상황에서 기존 고객들이 하나둘 떠나거나 예전만큼 열의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게임들은 워낙 오랜 기간 이어져 와 진입 장벽이 높은 탓에 신규 고객도 좀처럼 늘지 않으면서 악순환이 계속됐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중국은 한국 게임 기업들의 수출 비중이 34.1%(2021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중요한 시장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게임 규제에 나서면서 ‘판호’라는 이름의 허가권 발급이 급격히 줄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가 해외 온라인 게임에 발급한 판호는 2017년엔 452개였지만 지난해엔 단 98건이었다. 중국공산당은 게임 심사 기준에 ‘게임 주제가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에 부합하는지’ ‘우수한 중화 문화를 전파할 수 있는지’ 등을 넣어 게임사들의 무역 장벽이 한층 높아졌다.

“판호 발급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국에서 최신 게임이 나와 중국에 들어가기까지 2~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다 보니 게임 자체가 노후화돼 버린다. 그사이에 게임 시장이 발전하고, 비슷한 게임이 중국에서 나온다. 또 중국은 해외 게임사가 무조건 중국 게임사를 통해서만 시장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자국 게임사들이 유리하다.” (이승훈 IBK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여기에 중국에서 미성년자는 금·토·일요일과 법정공휴일 오후 8~9시에만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있다. 게임을 하는 동안 과금을 유도하고, 오랜 시간 게임에 머물게 하는 데 특화된 국내 게임의 강점을 중국에선 살릴 수 없는 셈이다.

높아진 국내 이용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든, 해외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든 국내 게임사들은 ‘콘솔게임 시장 진출’과 ‘장르 다변화’로 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콘솔(console)게임은 TV에 연결해서 조이스틱이나 조이패드 등 전용 게임기기로 즐기는 비디오게임을 가리킨다. 글로벌 콘솔게임 시장은 지난해 531억 달러(약 70조6000억원) 규모로, 세계 게임 시장의 29%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국내 콘솔게임 시장 규모는 1조520억원(2021년 기준), 국내 시장 전체의 5% 수준으로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콘솔게임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단기적 수익 창출이 쉽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결말을 보거나 일정 정도 업적을 달성하면 게임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게임 수명이 짧고, 신작 게임이 나오면 일단 사고 보는 이용자가 많아 기존 제품이 신제품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적기 때문이다.

퀄리티가 높은 ‘AAA 게임’을 만들려면 상당한 비용과 기간이 소요된다. 해외 매출 비중 역시 성장성을 가늠하는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압도적인 건 ‘배틀그라운드’ ‘서브노티카’ 등을 앞세운 크래프톤으로, 지난해 3분기 전체 매출의 94%를 해외에서 창출했다. 해외 모바일 게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넷마블도 같은 기간 해외 매출 비중이 84.1%나 된다. 반면에 엔씨의 해외 매출 비중은 35%, 넥슨은 28% 수준이다.

한 가지 더 눈여겨봐야 할 건 게임사들의 유명 스튜디오(제작사)에 대한 투자다. 여유 자금으로 외부 스튜디오에 지분을 투자하면 신규 IP(지식재산)에 대한 발매 권한을 확보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노운월즈와 스트라이킹디스턴스 스튜디오 등을 인수했던 크래프톤은 지난해 미국 게임개발 스튜디오 플레이긱 등에 지분을 투자했고, 넥슨은 엠파크 스튜디오에, 네오위즈는 폴란드 블랭크게임스튜디오에 투자한 상태다.

현재 전문가들에게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게임주는 크래프톤이다. “글로벌 서비스를 하고 있고 자금력도 높아 게임사들 중 그나마 가장 앞서가고 있다”(이승훈 본부장), “2025년부터 매출이 늘며 규모 확대 효과가 본격화할 수 있어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는 평이다. 그렇다면 넥슨과 엔씨의 시대는 간 걸까? 그렇진 않다. 3N 중에서도 넥슨과 엔씨는 지난해 희비가 엇갈렸다. 넥슨은 지난해 4조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콘솔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를 내놔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은 반면 엔씨는 매출이 1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감소하고 신작 ‘쓰론 앤 리버티’도 부진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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