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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 누구냐" "황희 뭘 했나"…최대관심은 "동네 싹 갈아엎자" [총선 핫플레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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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동네를 좀 싹 갈아엎었으면 좋겠어요. 계획도시 만든지 40년 다 돼가는데 전부 옛날식이거든요.”

13일 만난 서울 양천갑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재개발·재건축이었다. 오목교역 인근에 사는 대학원생 김서영(35)씨는 “주거지가 낙후했을 뿐 아니라 차로도 전부 일방통행이라 다니기 불편하다”며 “누가 이걸 제대로 갈아엎고 재개발을 할 지가 선거에서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28년째 목동 주민인 70대 박모씨는 “이제 와 굳이 강남으로 이사갈 이유가 있겠느냐”면서도 “아들은 강남에 산다. 예전엔 목동이 강남 부러울 것 없었는데, 요즘은 상대적으로 정체된 게 사실”이라고 아쉬워했다.

양천갑은 서울 서부권의 대표적 부촌·학군지인 목동을 품은 지역구다. 얼핏 보수세가 강할 것으로 짐작하기 쉽지만, 역대 선거 결과는 한쪽에 쏠리지 않았다. 과거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나라당 소속으로 이곳에서 내리 3선(16~18대)했지만, 신정동에 2030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최근 두 차례 총선(20·21대)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양천갑 후보가 14일 서울 양천구 목동 목사랑시장에서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황희 더불어민주당 양천갑 후보가 14일 서울 양천구 목동 목사랑시장에서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아니, 어제도 보고 그제도 보고 오늘 또 왔어”, “자주 오는 황희가 최고여. 정승이잖어?”
‘양천갑 2연승’의 주인공인 황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가는 발걸음마다 환대받는 지역구 스타였다. 목동 테니스장에서 그의 명함을 건네받은 50대 테니스회 회원이 “볼 때마다 이름이 너무 멋있다”며 “문체부 장관 시절 테니스 활성화를 위해 애쓰신 분”이라고 황 의원을 추켜세웠다. 임대아파트 단지에서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는 “국민의힘 놈들이 자꾸 와서 까불지만 여기(양천아파트)서는 택도 없다. 터줏대감 황희를 뽑을 것”이라며 “구자룡은 누군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현역 프리미엄이라고 할 수 있는 ‘공약의 연속성’이 황 의원의 강점이다. 그는 이날 유세차 안에서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특별법을 대표발의해 작년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게 21대 임기의 주요 성과”라며 “3선에 성공하면 도시공학 박사 경력을 내세워 국토교통위원장을 맡아보려 한다. 그러면 지역 발전도 훨씬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정권 심판’ ‘윤석열 실정’ 같은 말은 없었다. 지역 현안으로 승부를 보려는 듯했다.

황 의원은 양천갑 주민 불편 1순위로 꼽히는 교통 문제 역시 “마무리 단계”라고 했다. “계속 추진해왔던 목동선, 강북선 지하철 개통도 예비타당성조사가 금방 끝난다. 조기 개통에 힘을 쏟겠다”는 설명이다. 캠프 관계자는 “21대 선거 때 졌던 동네들을 골라서 지난 임기 내내 일부러 더 많이 다녔다”며 “지역구 안에서도 상대적 텃밭과 험지를 골라 맞춤형 전략을 펴고 있다”고 전했다.

구자룡 국민의힘 양천갑 후보가 14일 서울 양천구 목동 나말경로당에서 유권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구자룡 국민의힘 양천갑 후보가 14일 서울 양천구 목동 나말경로당에서 유권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같은날, 구자룡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등에 ‘찐양천 토박이’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힌 붉은색 점퍼를 입고 얼굴 알리기에 집중했다. ‘양천의 새로운 힘! 양화초 양동중 양정고 졸업’이라고 적힌 팻말을 목에 걸고 지하철역을 오가는 시민에게 90도 인사를 분당 7~8회씩 반복했다.

“보수가 양천갑을 텃밭으로 여기는 통에 그동안 타지 출신 후보가 많았습니다. 공천 후에도 세력이 분열돼 정작 본선에서 지는 경우도 있었고요.” 구 후보는 “저는 목3동 토박이고, 지금 신혼집도 이곳이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변호사·종편 논객으로 활동해온 구 후보는 올초 한동훈 비대위 영입인재로 국민의힘에 입당한 정치신인이다.

“아 영입인재 1호야? 화이팅해, 어려운 곳에 왔어.” 구 후보와 악수를 한 60대 남성은 “사람들이 지금 국민의힘 후보 이름을 아직 잘 모르는데, 기억에 남는 이름이다. 현수막을 빨리 더 걸라”고 했다. 하지만 생소함이 곧 참신함인 듯도 했다. 목동 2단지에 사는 30대 김모씨는 “황희 의원은 선거 때만 반짝, 말로만 재건축을 외쳤다. 문체부 장관으로 간 뒤에는 지역구에 더 신경을 안 쓴 것 같다”며 “지금 신인이라도 당선 후 여당에 협조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사람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강서고등학교 앞에서 분식집을 12년째 운영 중인 박경미(54)씨도 “체감상 지난 8년간 황희 의원이 별로 한 게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서울 평균보다 고학력·고소득인 양천갑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정당보다 인물에 투표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정치적 프레임보다는 실익을 염두에 둔 투표 성향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역대 총선 중 두 차례(13·17대)를 제외하고 양천갑에서 이긴 당이 원내 다수당이 됐다. 이번에도 양당 지도부가 양천갑을 총선 요충지로 여기는 이유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양천구 강서농협 앞에서 황 의원의 손을 잡고 “저들(여당)이 하는 짓을 보라. 국민을 알아도 너무 아래로 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12일 목동깨비시장 상인들과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권력은 잔인하게 쓰는 것’이라고 했는데, 노인을 더 일할 수 있게 해주고, 시장도 전통과 문화를 피우게 하는 데 권력을 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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