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용진, 18년 만 회장 승진…“유통 트렌드 격변 정면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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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신임 회장. 사진 신세계

정용진 신세계그룹 신임 회장. 사진 신세계

정용진(56)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이 8일 회장으로 승진했다. 2006년 부사장에서 부회장이 된 지 18년 만이다. 신세계그룹 측은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해 1등 기업으로 ‘퀀텀 점프’하기 위해서”라고 배경을 밝혔다.

정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환경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유통 시장은 과거보다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며 강력한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인사를 통해 시장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해 1997년 기획조정실 상무, 2000년 경영지원실 부사장을 거쳐 2006년 부회장이 됐다.

신흥 유통 강자인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중국계 이커머스의 약진에 이마트는 그 어느 때보다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29조4722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으나 신세계건설의 대규모 손실 영향 등으로 첫 영업손실(-469억원)을 냈다. 이마트 별도 기준 영업이익도 1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4% 감소했다. 반면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31조8298억원으로 처음으로 이마트를 추월했다.

“위기 속 발 빠른 대응 필요한 시점”

신세계그룹은 기존과 완전히 다른 차원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빠르게 바뀌는 유통 트렌드 속에서 더 까다로워진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한 박자 빠르고,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기존 주력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사업도 발굴해야 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신임 회장이 지난달 23일 열린 신세계 신입사원 연수 수료식에 참석했다. 사진 이마트

정용진 신세계그룹 신임 회장이 지난달 23일 열린 신세계 신입사원 연수 수료식에 참석했다. 사진 이마트

유통업계는 신세계가 이번 승진으로 ‘정용진 체제’에 힘을 실어 더 공격적인 위기 타개책을 펼 것으로 관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시점에 어머니 이명희 회장보다는 정 회장이 좀 더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우선 최근 강조한 본업 경쟁력을 꾸준히 키워나갈 전망이다. ‘고품질 식품’과 ‘새로운 경험’으로 대표되는 신세계의 유통 채널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동안 중단했던 신규 출점을 재개하며 외형 성장에 나섰다.

수익성 강화를 위해 계열사 간 협업도 강화한다. 이마트는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등 3사의 기능 통합을 확대해 가격 경쟁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신세계건설 레저 사업 부문을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매각한 것처럼, 계열사 간 사업 조정도 빠르게 진행할 전망이다. ‘스타필드 청라’,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등 미래 성장을 견인할 대형 프로젝트 추진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본업 경쟁력 강화하며 신사업 발굴   

앞서 정 회장은 한 박자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을 위해 조직을 정비했다. 지난해 11월 경영전략실을 개편하며 ‘기능 중심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주문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 회장은 경영전략실 전략회의에서 “조직, 시스템, 업무처리 방식까지 다 바꿔야 한다”며 강도 높은 쇄신을 강조했다.

정 회장의 모친 이명희 회장은 그룹 총괄회장에 올라 그룹 총수의 역할을 계속한다. 정 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은 이번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사실상 그룹 체제에 큰 변화가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부회장을 18년 동안 했으니 이제 회장 직함을 달 때가 된 것”이라며 “정 회장과 나이가 같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나 정 회장보다 두 살 어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이미 회장에 올랐다”고 말했다.

‘남매 경영’을 뒷받침하는 지분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현재 정 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각자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8.56% 보유하고 있으며, 이 총괄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0%씩 갖고 있다. 다만, 정 회장의 실질적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향후 추가 지분 증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정 회장이 이마트 등 주요 계열사의 등기임원을 다시 맡을지도 재계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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