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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가 돼라”는 정용진…이마트, ‘가격파괴’로 본업 파고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23일 열린 신세계 신입사원 연수 수료식에 참석했다. 사진 이마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23일 열린 신세계 신입사원 연수 수료식에 참석했다. 사진 이마트

“자신의 업무 분야에서 ‘덕후’가 되십시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3일 신세계 남산 연수원에서 열린 신입사원 교육 수료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맡은 업무에서 전문가가 되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출 때 회사도 직원도 강해질 수 있다는 취지의 조언이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20년 넘게 신입사원 최종 면접을 하고 있고, 코로나19 기간 외엔 신입사원 연수 수료식에 대부분 참석할 만큼 인재 선발에 공을 들인다고 한다.

지난해 이마트 사상 첫 적자

“(업무에서) 최대한 깊이 파고들 수 있을 만큼 파고들라”고 독려한 정 부회장의 이날 당부는 지난해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의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469억을 기록했다고 지난 14일 공시했다. 2011년 신세계그룹에서 대형마트 부문을 인적분할한 뒤 첫 적자였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영업손실의 가장 큰 요인은 신세계건설의 실적 부진이었지만 ‘본업’인 이마트 역시 총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었다. 지난해 별도기준 이마트 총매출은 16조5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880억원으로 전년(2589억원)보다 709억원이 줄어 27.4% 급감했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대형마트에 해당하는 할인점, 창고형 매장 트레이더스, 노브랜드 등 전문점 중 대표 사업인 할인점 매출이 전년 대비 3200억원 가량 줄어 감소세가 가장 컸다. 이마트 관계자는 “점포 재단장에 드는 비용이 늘었고 성수점 등 대형 점포가 영업을 종료한 점, 장기근속 직원 급여를 재측정하며 판매 및 관리비가 늘어난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효율성’ 높인 전문점 전략

사업부 가운데 영입이익이 늘어난 건 전문점이 유일하다. 노브랜드, 일렉트로마트, 몰리스 등이 포함된 전문점 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은 377억원으로, 전년 대비 221억원이나 늘었다. 같은 기간 할인점과 트레이더스 영업이익이 각각 858억원, 63억원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부실했던 전문점 사업을 끌어올리기 위해 그간 꾸준히 개선한 결과로 분석된다. 전문점 사업은 2019년만 해도 적자 865억원을 기록하다가 2022년 흑자전환(166억원)에 성공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118개 전문점을 폐점해 운영 효율성을 높였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 용품매장 몰리스는 대형 매장은 폐점하고 ‘미니 몰리스’로 재편해 이마트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지난해 말엔 몰리스 사업부를 아예 없애고 패션ㆍ테넌트 사업부로 통합했다.

오프라인 가격 경쟁력 제고  

올해 이마트는 국내 대형마트 1위사인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할인점 이마트와 편의점 이마트24, 기업형수퍼마켓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오프라인 유통 3사의 기능을 통합해 실적 개선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 경쟁사인 롯데마트는 2022년부터 상품 통합 소싱을 확대하며 지난해 마트(873억)와 수퍼(흑자전환) 영업이익을 크게 끌어올리는 성과를 낸 바 있다.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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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매장 기능 통합은 지난해 임원 인사 때 한채양 대표가 이마트 3사의 통합 대표를 맡으며 예고됐다. 이들 ‘이마트 3총사’는 상품 매입과 물류에서 주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기존엔 3사가 각각 매입하던 상품을 함께 매입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식이다.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상품 공동 판매다. 지난 16일부터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이맛쌀’ 등 17개 제품을 ‘가격역주행’으로 공동 마케팅하며 팔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상품 공동 판매는 본업 경쟁력 강화의 시작일 뿐”라며 “장기적으로 3사의 물류 기능을 통합하는 단계에서 효율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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