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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 모임은 동물의 왕국” 정신과 의사가 본 서열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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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은 아이에게 집중하느라 정작 자기 마음을 잘 모릅니다. 그런 상태에서 인간관계를 맺으려니 휘둘리는 겁니다. 

양육자에겐 멀리할 수도, 그렇다고 마냥 가까이할 수도 없는 존재가 있다. 바로 아이 친구 엄마다. 이 어려운 존재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까? 정우열 생각과느낌의원 원장은 “관계를 고민하기에 앞서 자기 마음부터 들여다봐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지 못하면, 건강한 관계도 맺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우열 원장은 "엄마들과의 관계로 고민하고 있다면, 우선 나 자신을 들여다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민 자체가 내 마음이 보내는 일종의 신호기 때문이다. 우상조 기자

정우열 원장은 "엄마들과의 관계로 고민하고 있다면, 우선 나 자신을 들여다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민 자체가 내 마음이 보내는 일종의 신호기 때문이다. 우상조 기자

『엄마들만 아는 세계』, 『아이 키우는 엄마들에게 건네는 육아』 등의 저자이기도 한 정 원장은 ‘엄마 심리 전문가’로 유명하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서비스 The JoongAng Plus 안에서 밀레니얼 양육자를 위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는 헬로페어런츠(hello! Parents)는 지난달 28일 정 원장을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 초대해 1시간여 동안 얘기를 나눴다. 엄마들의 모임을 ‘동물의 왕국’으로 비유한 인터뷰 기사(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1949)가 나간 뒤 그를 만나고 싶다는 요청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구독자들과의 질의응답을 중심으로 그 내용을 정리했다.

내 마음을 이해하는 게 먼저라고요?
내 영역, 내 양육관이 없으면, 끌려다닐 수밖에 없어요. 모임에 빠져선 안 될 것 같고, 단톡방 메시지 하나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같고요. 관계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면, 무엇보다 나 자신을 중심에 놓는 게 우선입니다.
그런데 엄마들은 왜 자기 마음을 모르는 걸까요?
아이 키우느라 자신에게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었으니까요. 게다가 아이 친구 엄마는 특수한 관계입니다. 엄마의 관계가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요. 더 조심할 수밖에 없죠. 그러다 보니 내 감정이나 생각을 더 억누르게 되고요.
좋은지 싫은지 내 감정이 분명하지 않으니, 더 휘둘리게 되는 거군요? 
맞아요. 그래서 자꾸 물어보는 거죠. ‘아이 친구 엄마가 나한테 이렇게 했는데, 문제없는 거냐’고요. 자존감이 떨어지고 확신이 없으니까 남한테 자꾸 확인하려고 합니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이에요. 관계도 마찬가지죠. 내 마음이 편한 게 가장 중요합니다. 뭔가 물어보고 싶어지면, 스스로 질문해보세요. 지금 내 감정이 어떤지 말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체적인 것부터 챙기세요. 아이 키우느라 잠도 잘 못 자고, 운동도 못 했잖아요. 그것부터 보충해야 해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법이니까요. 그다음은 나의 영역을 회복하는 겁니다. 취미나 하고 싶던 공부, 친구 관계 같은 것들이요. 이런 영역을 통해 훼손된 자존감, 정체성을 찾을 수 있거든요. 
내 마음을 이해하고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구체적인 팁이 있을까요?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상담을 받아보세요. 여의치 않다면 솔직히 감정을 털어놔도 비난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는 친구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세요. 대화를 통해 공감받는 게 중요합니다. 감정일기를 써보는 것도 좋아요. 오늘 있었던 일을 토대로 내 감정은 어땠는지,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구체적으로 쓰는 겁니다. 일기를 쓰면서 내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3월, 설레고 긴장되는 건 아이만은 아니다. 새로운 관계 속에 놓여야 하는 양육자 역시 설렘과 긴장을 느끼는 시기다.

신학기, 새롭게 만나는 아이 친구 엄마와 어느 선까지 관계를 맺어야 할까요? 
아마 이 시기 양육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일 텐데요. 일단 열린 마음으로 자유롭게 만나보세요.    
만약 선을 넘는 행동을 하는 상대를 만난다면,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나요?
불편하다고 느꼈다면, 그건 불편한 겁니다. 참고 견디면서까지 관계를 맺다 보면 관계 맺기 자체를 피하게 되고, 그 상황이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봐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참다 참다 한 번에 터져서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고요. 그러지 않으려면 내 감정이 어떤지 민감하게 알아차려야 해요. 불편하다면, 불편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죠. 
양육관이 다른 사람과는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양육과 관련된 부분은 서로 존중하고 지켜주는 게 중요합니다. 양육에 관한 한 정답이 없어요. 사람마다 성향이나 성격·가치관이 다르고, 아이의 기질도 제각각이니까요. 게다가 대부분 처음 아이를 키우는 거잖아요. 자신의 양육관에 자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 다른 얘기를 하면 불안하고 불쾌한 게 당연하죠. 원만한 관계를 원한다면, 각자의 양육관만큼은 존중해줘야 합니다.
워킹맘의 질문인데요. 다른 엄마로부터 ‘엄마가 바빠서 애한테 신경을 별로 못 쓰겠다’는 말을 듣곤 한대요. 이럴 때 어떻게 반응하는 게 좋을까요? 상대의 마음이 다치지 않으면서 불편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다고 합니다.
일을 선택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 이유를 떠올려 보세요. 엄마가 일을 통해 성취감과 안정감을 느낀다면,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확신을 가지세요. 다른 엄마의 말에 흔들리는 건, 일하는 이유를 잊었기 때문입니다. 
엄마들 모임에서 소외되거나 험담의 대상이 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든 관계가 다 그렇습니다. 본능적이고, 동물적이고, 감정적이죠. 누구 하나 소외시키지 않고 험담도 하지 않는 그런 이상적인 모임은 없어요. 엄마 모임도 마찬가지고요. 너무 높은 잣대를 들이대면, 나만 힘들어집니다. ‘다 거기서 거기다’라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생각하세요.
지난 28일 진행된 hello! Parents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의 모습. 화면 위는 진행을 맡은 이민정 기자, 아래는 정우열 원장이다.

지난 28일 진행된 hello! Parents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의 모습. 화면 위는 진행을 맡은 이민정 기자, 아래는 정우열 원장이다.

정 원장은 방송을 마무리하면서 “엄마들과의 관계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면, 그건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라고 말했다. 신호를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너무 예민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결코 여러분이 부족해서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게 아닙니다. 내 마음의 상태를 깨달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유민환 객원기자 yoomh01@gmail.com,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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