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특별해, 뭐든 할수 있어” 아이 자존감에 독 되는 말들

  • 카드 발행 일시2023.11.06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만 6~17세 소아·청소년 우울증 환자는 지난해 3만7386명으로, 5년 사이 60% 넘게 늘었다. 10대 자살사망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7.2명(2022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4명, 2019년)을 크게 웃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삶의 만족도 역시 높을 수 없다. OECD 국가 중 꼴찌(6.6점)다. 대한민국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윤홍균정신건강의학과의원 윤홍균 원장은 자존감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박정민 디자이너

박정민 디자이너

‘넌 특별해’ ‘넌 뭐든 할 수 있어’ 같은 말, 자주 하시나요? 그런다고 자존감이 높아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르시시스트(자기애성 인격 장애)가 될 수 있어요.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윤홍균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려 한 말이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누구나 자라면서 자존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걸 동력 삼아 오히려 더 큰 성취를 이룰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2016년 출간된 베스트셀러 『자존감 수업』의 저자다. 그가 ‘자존감’을 주제로 책까지 쓰게 된 건 서울의 중심가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경험 때문이다. 그곳에서 수많은 환자를 만나며 불안과 우울·중독의 한가운데 자존감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게 쓴 책은 100만 부 넘게 팔리며, 자존감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만족감 지표다. 쉽게 말해 내가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성과를 이뤄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는 믿음이다. 자존감이 높아야 절망에서 빠져나오는 힘인 회복탄력성도 강해진다. 양육자가 아이의 자존감이 높길 바라는 건 그래서다. 인생이 늘 좋기만 할 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아이들이 높은 자존감을 갖기란 쉽지 않다. 초등학생 때부터 촘촘하게 짜여진 학업 경쟁에 내몰리기 때문이다. 이 경쟁에 승자는 없다. 전교 1등을 해도, 의대에 합격해도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허다하다. 자존감은 자기효능감(나는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가), 자기조절감(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가), 자기안전감(안전하고 편안한가)이라는 세 개의 축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이 중 어느 하나만 무너져도 자존감 역시 함께 무너진다. 윤 원장은 “어려서부터 양육자가 짜준 대로 공부하는 아이들은 자기조절감이 낮기 때문에 자존감이 높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이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을까? 지난달 19일 윤 원장을 만나 물었다.

윤홍균 윤홍균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100만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자존감 수업』의 저자다. 그는 "기술이 발달하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자존감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전민규 기자

윤홍균 윤홍균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100만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자존감 수업』의 저자다. 그는 "기술이 발달하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자존감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전민규 기자

📌높아야 좋다? 낮아도 괜찮다!

자존감이 중요해진 건 사회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과거 농경사회에선 다들 비슷한 일을 하면서 살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삶의 편차가 커졌다. 게다가 마음만 먹으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의 일상을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덕이다. 다른 사람과 경쟁하고, 비교하는 게 일상이 된 셈이다. 비교 대상이 많다 보니 자존감이 낮으면 쉽게 좌절할 수밖에 없다. 양육자들이 아이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하지만 윤 원장은 “아이 자존감이 낮다고 양육자가 노심초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자존감이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는 건 맞지만, 조금 낮아도 괜찮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