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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완전히 ‘X’ 됐다…58조에 산 머스크의 굴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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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럭비공’ 머스크 어디로 튈까 

경제+

트위터는 2022년 머스크 인수 후 격동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대량해고가 이어졌고, 이름도 X로 바뀌었다. 안 그래도 틱톡, 유튜브로 이용자가 몰리며 “소셜미디어는 죽었다”(바이스)라거나 “소셜미디어 시대가 저문다”(디 애틀랜틱)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와중에 머스크의 예측 불가한 기행까지 겹치면서 이제는 X가 된 트위터의 미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머스크가 이끄는 X, 나아가 한때 민주주의의 보루라고까지 불렸던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X’ 된 트위터

‘X’ 된 트위터

“이 앱은 빌어먹을 말이 하나도 안 된다(This app makes zero fuXXing sense).”

지난해 2월 일론 머스크 X(당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비상회의를 소집하면서 트위터 앱을 두고 쏟아낸 말이다. 그날 아침 머스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식축구 수퍼볼 경기에서 필라델피아 이글스를 응원하는 트윗을 올렸는데, 팔로워 수가 1억 명 이상 적은 바이든 대통령 트윗 조회 수가 머스크 것보다 3배 더 많았다는 게 분노의 이유였다고 한다. 추천 알고리즘 개선 회의가 열렸고 “구글 트렌드 등 지표를 봐도 당신의 인기가 떨어진다”고 직언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해고되기도 했다. IT 전문매체 플랫포머의 조에 쉬퍼(Zoe Schiffer) 편집장이 지난달 13일 출간한 책 『극도로 힘든: 일론 머스크 트위터의 내부(Extremely Hardcore: Inside Elon Musk’s Twitter)』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머스크의 경영 방식이다.

머스크, 트위터를 죽이다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

2022년 10월, 일론 머스크는 440억 달러(약 58조5000억원)에 트위터를 인수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트위터는 전혀 다른 회사가 됐다. 이름만 X로 바뀐 게 아닌 것이다.

본래 트위터는 2006년 만들어진 마이크로블로깅(micro-blogging) 플랫폼의 원조이다. 초창기 이용자가 시시콜콜한 자기 일상을 공유해 인기를 끌었다. 오랜 기간 트위터를 연구해 온 지지 파파차리시 일리노이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팩플 질의에 “트위터로 인해 다른 미디어까지 일상을 공유하는 문화가 퍼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창업자인 잭 도시 CEO 등 기존 트위터 경영진이 기업을 제대로 경영할 줄 몰랐다는 점이다. 2020년 트위터의 DAU(일간 활성이용자)는 1억9200만 명으로, 당시 페이스북(18억4000만 명)과 약 20배 차이가 났다.

머스크가 인수한 뒤 트위터는 이름을 X로 바꾸고, 대량해고를 한 뒤 수익모델을 도입했지만 경영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DAU는 경쟁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모두 상승할 동안 홀로 16% 감소했고, 기업가치는 72%(피델리티) 폭락했다. 이용자들이 머스크 개인이나 X의 소셜미디어 정책에 반감을 가지고 떠났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이 반감을 가진 대표적인 정책은 ‘검열 포기’다. 머스크는 유해 콘텐트 검열 인력을 대량해고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9·11 테러 음모론자 등의 계정 정지를 풀었다. 또 유명인 사칭을 막기 위해 인증 계정에 무료로 달아주던 ‘블루체크’(파란색 체크 표시) 기능도 유료화했다. 가짜뉴스 검열 기능을 줄이고, 그  자리에 수익모델을 채워 넣은 것이다.

내리막길 걷는 소셜미디어

물론 X의 하향세를 온전히 머스크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글의 형태로 일상을 공유하거나 개인의 의견을 표출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영상과 사진, 틱톡의 숏폼(1분 이내의 짧은 영상) 콘텐트가 인기를 얻으며, 글을 읽으려는 이용자가 줄었다. 소셜미디어 산업 전문가인 강정수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텍스트 중심의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던 밀레니얼 세대가 늙어버린 탓에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이미 소수의 이용자만 남아 있는 니치마켓(틈새시장)으로 전락했다”고 분석했다.

이용자는 줄었는데, 규제는 늘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딥페이크는 명예를 훼손하고 가짜뉴스를 유포한다”며 AI 기술의 개발을 정부가 통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유럽연합(EU)도 지난해 8월부터 가짜뉴스와 허위 콘텐트 유포의 책임을 플랫폼에 묻는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시행했다.

상황 반전용 2가지 카드

X는, 그리고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이처럼 험한 가시밭길을 어떻게 헤쳐 나가고 있을까.

우선 가짜뉴스 확산 방지가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전 세계 50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올해 X를 제외한 페이스북, 틱톡 등은 가짜뉴스 검열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이 정책이 실효성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기업에 가짜뉴스 검열을 자율규제로 맡겨 놓으면 열심히 할 유인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허위 콘텐트를 유통하는 플랫폼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소셜미디어는 새로운 캐시카우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소셜미디어와 결합할 잠재적 캐시카우를 AI로 정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달 1일 콘퍼런스콜에서 “자사 제품 내의 차별화된 데이터로 (AI를) 학습시키는 것이 차후 계획”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 게시물의 AI 학습을 둘러싼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AI와 결합한 소셜미디어로 어떤 비즈니스를 만들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메타는 또 인스타그램 쇼핑을 통해 이커머스도 키워가고 있다. 플랫폼 내 인플루언서로부터 물건을 구입하고, 수수료를 벌어들일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경쟁사인 틱톡도 ‘틱톡샵’을 열고 이커머스 시장에서 인스타그램과 맞붙으려는 상황이다. 틱톡이 올해 북미 시장에서 목표로 하는 매출 규모가 무려 175억 달러(약 23조4000억원)라고 한다.

X도 새로운 캐시카우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머스크 CEO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소유인 AI 기업 xAI가 출시한 챗봇 서비스인 그록(Grok)을 X와 결합했다. 올해 1월엔 X 유료 구독자를 대상으로 음성, 영상 통화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심지어 머스크는 “전화번호를 없앤 뒤 X로만 통화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앞서 X에 주식과 암호화폐 등 금융 서비스와, 스포츠·쇼핑 서비스를 탑재할 가능성 제기되면서 머스크가 원한 ‘에브리싱 앱’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X 앞에 놓인 미래는

머스크가 이끄는 앞으로의 X를 보는 관전 포인트는 3가지로 정리된다.

일론 머스크의 기행은 X의 가장 큰 위험 요소다. 지난해 11월 유대인을 차별하는 X 게시 글에 동의 댓글을 단 이후 각종 기업이 X에 광고를 게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게 대표적 사례다. 미래를 만드는 것도 머스크이지만, 앞길을 막아서는 것도 머스크라는 평가다.

140자로 제한된 단문을 올리는 X의 사업에 미래가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X를 외면하는 이용자가 늘어나며 소셜미디어의 기능을 잃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파파차리시 교수는 팩플의 질의에 “트위터는 대중성 있는 서비스의 측면에서는 미래가 없다”며 “점차 마케팅 용도의 광고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가짜뉴스 검열을 등한시하는 머스크의 기조도 지켜봐야 한다. 이미 선거 등을 앞두고 가짜뉴스 검열에 손을 놓은 X를 백악관과   언론이 질타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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