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CoverStory] 주니어급 >> 무당파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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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정치, 할까 말까.' 대기업 입사 5년차 이지석(32) 대리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동기 하나가 고향 선배 덕에 전략팀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이 대리는 "가만히 있자니 뒤로 처지는 것 같고 괜히 나서면 미움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입사 10년 미만의 회사원이라면 한번쯤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전문가와 시니어급 선배들은 이에 대해 정치적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김모(34) 과장은 지나친 사내 정치로 불이익을 받았다. 김씨는 유력한 해외 근무자 후보였다. 그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부장에게 자신이 뽑혀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결과는 탈락. 과묵하고 성실하다고 알려진 동기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인터넷 기업에 다니는 권창현 부장은 "요즘은 인터넷으로 일하기 때문에 누가 어떤 성과를 냈는지 금방 안다. 정치적 행동은 주니어급 직원들에게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내 정치에 너무 무관심한 것도 독(毒)이 된다. 물류업체에 다니는 조모(40) 팀장은 "후배 중 하나가 능력이 좀 된다고 윗사람에게 뻣뻣하게 군다. 그를 다른 부서로 옮겨달라고 할 참"이라고 말했다.

정치와 무관심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외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기업 영업직의 김모(39) 과장은 사내에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선배가 없다. 그래도 동기들보다 승진은 빨랐다. 그는 "영업으로 알게 된 외부 사람들에게 잘했다. 그들이 임원들에게 나에 대해 좋게 말해주는 것 같다"고 했다. 유통업체에 다니는 한모(31) 대리는 눈치껏 자기 홍보를 했다고 한다. 최근 전출을 희망하는 부서의 임원을 술자리에서 만났다. 그는 해당 분야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놓았다. "그 부서로 옮기고 싶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했어요. 근데 그 임원이 요즘 저를 자주 찾으세요." 취업정보업체 '커리어'의 김기태 대표는 "주니어급 회사원은 인맥이나 줄보다 업무 능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사내에서 몇몇 사람과 친한 것보다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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