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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은 자유” 안 붙잡는 이재명…곽상언 공천, 홍영표 컷오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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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8일 서대문구 한 헬스장에서 직장인 정책간담회 전 러닝머신 조작법을 배우고 있다. 화면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기자회견이 나오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8일 서대문구 한 헬스장에서 직장인 정책간담회 전 러닝머신 조작법을 배우고 있다. 화면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기자회견이 나오고 있다. 김성룡 기자

“입당도 자유, 탈당도 자유.”

현역 의원 연쇄 탈당으로 번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파동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28일 보인 반응이다. 이 대표는 “투명한 심사 결과로 좋은 후보들이 골라지고 있다”는 평가도 내놨다.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반발이 잇따르지만 현재의 공천 기조를 바꿀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변재일·안민석·홍영표·기동민·이장섭 등 현역 의원 5명의 지역구를 한꺼번에 전략선거구로 지정하면서 추가 ‘컷오프’(공천 배제) 수순에 돌입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이 대표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헬스장에서 정책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강물이 흘러서 바다로 가는 것처럼 세대교체도 있어야 하고, 새로운 기회도 있어야 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선수 선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러닝머신 모니터로 전날 공천이 배제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반발 기자회견을 지켜본 직후였다. 이 대표는 당 공천 잡음에 대해선 “변화에는 반드시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항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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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의 연쇄 탈당과 관련해 이 대표는 “질 것 같으니까 ‘경기 안 하겠다’ 이런 건 국민이 보시기에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공천에 대한 불만이 속출한 것에 대해선 “우리는 거대한 나무의 한 부분들이다. 물론 작은 가지들은 서로 부딪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공천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최근까지 8명의 의원이 탈당하거나 탈당 수순을 밟고 있다. 1월 초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의 동반 탈당을 시작으로, 이달 19일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의원평가 ‘하위 20%’ 통보에 반발해 탈당을 선언했다. 22일엔 자신의 지역구가 전략선거구로 지정된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이 탈당했고, 의원평가 감산 대상에 속한 박영순(27일)·설훈(28일) 의원도 당적을 내려놓았다. 이상헌(울산 북)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를 진보당에 양보하기로 한 당 차원의 결정에 반발하며 29일 탈당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설훈 “이재명은 연산군”최근 8명 탈당

40년 가까이 민주당에 몸담은 설훈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지배를 받는 전체주의적 사당(私黨)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의 측근과만 하고, 의사결정에 반하는 인물들을 모두 쳐내며 이 대표에게 아부하는 사람들만 곁에 두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물갈이 공천 기조는 이날도 이어졌다. 당 공관위는 서울 성북을(기동민), 인천 부평을(홍영표), 경기 오산(안민석), 충북 청주서원(이장섭), 충북 청주청원(변재일) 등 현역 의원 지역구 5곳과 비례대표 권인숙 의원이 뛰고 있는 경기 용인갑까지 6곳을 전략선거구로 의결했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전략 경선을 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당에선 사실상 ‘컷오프’ 선고로 여기는 분위기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당사자들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남의 가죽을 벗기느라 손에 피칠갑을 하고 있다”며 이 대표를 직격한 홍영표 의원은 “제겐 도덕성 문제, 사법리스크 그 어떤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안민석 의원은 “친명이라는 이유로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 중-성동갑 공천에서 컷오프된 임종석 전 실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와 당 지도부를 향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며 “의결사항을 재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제 최종 거취는 최고위원회의 답을 들은 후에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탈당 가능성을 묻는 말에 임 전 실장은 “정치는 생물”이라고 답했다.

한편 민주당 공관위는 이날 ▶서울 종로(곽상언) ▶송파갑(조재희) ▶경기 구리(윤호중) ▶김포을(박상혁) 등 4곳을 단수공천 지역으로 발표했다. ▶전남 목포(김원이·배종호)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김승남·문금주) ▶서울 중-성동을(박성준·정호준)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을(유정배·전성) 등은 경선 지역구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정치 1번지’ 종로에선 감사원장 출신인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 그리고 검사 출신인 금태섭 개혁신당 최고위원 간 ‘법조 3파전’이 벌어지게 된다. 최 의원과 곽 변호사는 과거 사법연수원에서 교수와 연수생으로 인연을 맺은 사이다.

윤호중·박상혁 등 공천민형배 경선 승리

같은 날 민주당이 발표한 3차 경선지역 13곳의 개표 결과 현역으론 유기홍(서울 관악갑)·이병훈(광주 동-남을)·최혜영(경기 안성) 의원 등 3명이 고배를 마셨다. 앞서 현역 의원 3명이 패배한 광주 지역에선 친명계인 민형배(광주 광산을) 의원이 처음으로 후보로 확정됐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유기홍·이병훈 의원이 탈락한 지역구도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가 승리했다. 유 의원을 꺾은 박민규 후보는 이재명 대선캠프 정책본부에서 선임 팀장을 지냈다. 이 의원에게 승리를 거둔 안도걸 후보는 문재인 정부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입당한 ‘이재명 픽’ 영입 인사다. 비례의원으로 경기 안성에 도전한 최혜영 의원은 이재명 경기지사 시절 정무수석을 지낸 윤종군 후보에게 패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의 보좌관 출신인 김성회(경기 고양갑) 후보도 경선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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