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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정당 선거운동' 한동훈은 되는데, 이재명은 안된다 왜

중앙일보

입력

“앞으로 국민의미래 선거 운동을 제일 앞장서서 하게 될 한동훈입니다.”(23일, 국민의미래 창당대회 중)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공언대로 그가 4·10 총선을 앞두고 만든 비례정당, 국민의미래 지지를 독려할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다. 한 위원장이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7일 서울 성동구의 한 북카페에서 기후 미래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기후 미래 택배'를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7일 서울 성동구의 한 북카페에서 기후 미래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기후 미래 택배'를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직선거법 88조는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가 다른 정당을 위해 선거 운동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비례정당인 민주개혁진보연합을 지지해달라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다. 반면 후보자가 아닌 한 위원장은 선거법 88조의 저촉을 받지 않는다.

한 위원장은 23일 국민의미래 창당대회에 참석해 “불출마 이유 중엔 선거운동으로 승리의 길에 함께 하겠다는 이유도 있었다”고 말했다. 총선 불출마 선언 때부터 비례정당 선거 운동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의미다. 4년 전 위성정당이 처음 등장한 21대 총선 때도 지역구 선거에 불출마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비례정당 후보들과 공동 유세를 했던 선례가 있다. 당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서울 종로에 출마해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 유세에 나설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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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 위원장이 국민의미래 당 대표를 맡아 선거운동을 이끄는 건 가능할까? 복수 당적이 금지돼있어 불가능하다.

정당법 42조에 따르면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당적은 하나로, 동시에 2개 이상의 당원이 될 수 없다. 국민의미래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는 반드시 당원의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 국민의힘 당원인 한 위원장이 국민의미래 대표를 겸하게 되면 복수 당적 금지 조항에 저촉된다. 복수 당적 조항을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한 위원장은 대신 “국민의힘이 공천하는 것으로 봐달라”(16일 출근길), “사심 있는 생각으로 들어오면 내가 막겠다”(23일 창당대회) 같은 말로 비례대표 공천도 주도하겠다고 강조해왔다. 한 위원장은 4년 전 미래한국당의 공천 내홍과 같은 혼란을 막고자 전·현직 의원이 아니라 국민의힘 사무처 당직자 출신을 당 대표에 임명하는 등 실무형으로 인선을 마쳤다.

대신 국민의미래에서 직책을 맡는 건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다. 공천관리위원장이나 선거대책위원장 등 ‘000 위원장’ 직함이 대표적이다. 당헌·당규에서 당원 자격을 강제하지 않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한 위원장도 국민의미래의 선대위원장이나 공관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 양향자 개혁신당 의원이 무소속이던 2022년 6월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서도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경우가 대표적이다. 선관위 관계자도 한 위원장의 국민의미래 선대위원장 활동에 대해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고 해석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국민의힘 관계자는 “4년 전에 17명의 현역 의원이 이동했던 미래한국당과 달리 이번에는 불출마 의원 숫자가 적어 인지도 있는 ‘현역 꿔주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단순 선거운동뿐만이 아니라 직함도 맡아 활동하면 국민의미래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정치의 희화화”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법조문이 없다고 미비점을 파고들어 활용하면 결국 정당 정치의 폐단만 키우게 될 것”이라며 “비례대표 공천도 나눠 먹기밖에 안 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실패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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