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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공백 메우는 ‘PA간호사’…현장 “법적 책임 모호”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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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보건복지부는 주요 99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사직서 제출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80.6% 수준인 9909명이며, 상급종합병원 15곳 기준으로 수술은 50%가량 줄었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부산의 한 대학병원 내 입원실 병상이 비어 있는 모습. 송봉근 기자

보건복지부는 주요 99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사직서 제출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80.6% 수준인 9909명이며, 상급종합병원 15곳 기준으로 수술은 50%가량 줄었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부산의 한 대학병원 내 입원실 병상이 비어 있는 모습. 송봉근 기자

27일부터 진료지원인력(PA) 간호사가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입됐지만, 현장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무를 지시하는 병원장이나 업무를 맡는 간호사 모두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며 반발한다. 의료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직역인 PA 간호사는 그간 의료계에서 ‘유령 인력’으로 통해 왔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의사 집단행동에 따라 국민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해 신속한 진료 공백 대응이 필요하다”며 이날부터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한시적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이날 공개한 시범사업 계획안에 따르면 종합병원·수련병원 원장은 내부위원회와 간호부서장 협의를 거쳐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다. PA 간호사가 전공의 등 의사의 일부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대법원 판례에 따라 ▶자궁질도말세포병리 검사(자궁경부암 검사) 검체 채취 ▶프로포폴 수면 마취 ▶사망 진단 등 간호사에게 금지된 행위는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병원은 협의가 이뤄진 업무 외 업무를 간호사에게 전가·지시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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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보조 등의 역할을 하는 PA 간호사는 ‘임상전담 간호사’ ‘수술실 간호사’라고 불린다. 이들의 업무는 불법이지만, 의사 인력이 부족한 의료 현장에서는 묵인돼 왔다. 현재 전국 의료기관에 있는 PA 간호사는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일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이후 이들이 사실상 전공의 업무를 대체한다는 간호계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자 정부가 불법과 합법 경계에 있던 이들을 법적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PA 간호사는 오늘부터 현장에 투입되는 게 아니라 이미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라며 “시범사업이라는 법적 근거가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법적 보호가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무 범위 등 구체적인 내용이 각 의료기관장 재량에 맡겨지면서 병원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지역 국립대병원 원장은 “정부 차원의 세부 지침이 없어 나중에 책임을 지지 않을지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국립대병원 고위 관계자도 “의료소송 시 형사는 개인 책임이고, 민사는 병원이 물어내기 때문에 법률 자문을 받은 다음 업무 범위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간호사들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20년째 근무 중인 간호사 황모씨는 “전공의가 해야 할 수술 부위 실밥 제거를 PA 간호사에게 떠맡기다 보니 동영상을 보며 (수술 기법을) 배우는 중”이라며 “이러다 의료사고가 나면 그 책임을 떠맡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2020년 전공의 파업 때 일부 간호사가 의사 업무를 대신했다가 전공의들로부터 무면허 의료행위로 고발당한 전례가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PA 간호사의 합법화 논의 자체를 반대해 왔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료계가 반대하던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한 데 이어 간호사 업무 조정까지 한다는 건 정부가 의료계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시범사업 이후에도 간호사의 원활한 현장 업무를 위한 법적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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