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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찾는 환자들 두 배 이상 급증…“위급상황 이송 지연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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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전공의 집단 이탈이 이어진 27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 응급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 이탈이 이어진 27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 응급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파업 여파로 환자들이 “어느 병원을 가야 하느냐”며 119에 전화를 걸면서 일선 소방관들의 구급 업무를 가중시키고 있다. 여기에 소방청이 119구급대원에게 ‘응급환자가 아닌 경증 환자들도 병의원까지 이송하라’는 지침까지 내려 업무가 더욱 늘어난 상황이다. 현장에선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위중한 환자 이송이 지연되는 등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서울종합방재센터에 따르면 전공의 파업 이후 소방관들의 병의원 안내 업무가 평소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19 구급대원의 병의원 안내는 환자 상태와 병원 수용 여부를 파악해 병원을 선정하고 연결해 주는 업무를 말한다. 전공의 파업으로 위급한 환자들이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 몰라 119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급증한 것이다.

소방재난 일일상황을 보면 전공의 파업 일주일째인 지난주 토요일(23일) 병의원 안내 업무 건수는 566건으로, 파업 전 토요일(3일) 274건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일요일인 24일도 533건으로 평소보다 100여 건 이상 많았다. 평일 병의원 안내 역시 전공의 파업 전 평균 200건대에서 300건대를 훌쩍 넘어섰다.

게다가 지난 21일 소방청이 일선 소방서에 공문을 보내 119 구급대원들에게 ‘비응급 환자들도 일반 병의원급 의료기관에 이송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돼 현장에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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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및 응급의료법에 따라 구급대원들은 응급환자의 중증도와 환자의 상태 등을 고려해 각 병원 응급의료센터(응급실)에 긴급히 이송하도록 규정하고 한다. 구급대원들은 새로운 지침대로 비응급 환자 이송 업무까지 하면 구급 서비스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 구급대원은 “보통 응급실에 가야 하는 환자가 아닌 경우 현장에서 조치를 취하고 안내하는 수준으로 끝나지만, 그런 경증 환자들까지 이송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말 위급한 환자가 생겼을 경우 이송이 지연되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대전에서 80대 말기암 환자가 진료받을 응급실을 찾지 못해 헤매다 끝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현장조사와 함께 즉각대응팀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27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대전 80대 사망사건에 대해 관계기관 합동으로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해 중대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현장 확인과 신속한 조치를 위해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즉각대응팀을 설치·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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