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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다고 먹는 시대 지나…케어푸드 성공 열쇠는 맛! [쿠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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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F&B업계는 어느 분야보다 유행 주기가 짧다. 그만큼 다양한 신제품이 쏟아져나오지만, 소비자에게 눈도장 한번 찍지 못한 채 사라져버리기 일쑤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제품들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쿠킹은 상품기획자(MD)를 만나 신제품 출시 과정을 듣는 코너〈신상의 조건〉을 시작한다.

[신상의 조건] ② 케어 푸드

혈당 관리가 필요한 사람이 늘면서 관련 케어푸도 시장도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혈당 관리가 필요한 사람이 늘면서 관련 케어푸도 시장도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코로나 19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간편식 시장에서 눈에 띄게 수요가 증가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케어 푸드(Care food)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케어 푸드 시장 규모는 2017년 1조 원대에서 2020년 2조 원대로 성장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분야가 혈당 관리 식품이다. 지난해에만 음료·유산균·시리얼·밀키트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일반 식품과는 접근 단계부터 다르다는 케어 푸드 시장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황순태(42) 종근당건강 식품사업부 개발팀장을 만났다. 2023년 암환자용 영양조제식품 '캔서코치'에 이어, 올 초 당뇨 환자를 위한 '닥터케어 당코치제로' 출시를 이끈 18년 차 식품개발 전문가다.

신상품을 기획할 때 참고하는 것은.

"참고하는 자료부터 접근 방식까지 모두 다르다. 예를 들어 일반식품은 기획할 때 닐슨 등의 소비자 마켓 데이터를 먼저 본다면, 케어 푸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각종 질환과 관련된 학회나 협회의 자료부터 확인한다. 접근 방법도 다르다. 일반 식품은 맛과 제형을 먼저 설계한다면 케어 푸드는 영양성분을 처음에 설계하고 이후 맛을 맞추는 식이다. 완전 반대다."

소비자의 입맛이 높아졌는데.  

"맞다. 과거에는 몸에 좋다고 하면 맛이 없어도 참고 먹었다면, 요즘은 케어 푸드의 맛에 대한 평가가 까다로워졌다. 쉽게 말해 맛이 없으면 안 먹는다. 케어 푸드도 결국 입에 들어가는 식품이니까."

코로나 팬데믹 이후 케어 푸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과거 케어 푸드 특히 영양조제식품은 대형병원과 요양병원 등에서 주로 소비했다. 그러다 보니 B2B 위주의 사업으로 제조사도 병원 위주로 영업했다. 최근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고, 케어 푸드 제품을 경험한 소비자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B2C까지 시장이 확대됐다."

고소한 맛을 살린 닥터케어 당코치제로와 통곡물 크런치. 한 끼 식사로도 잘 어울린다. 사진 종근당건강

고소한 맛을 살린 닥터케어 당코치제로와 통곡물 크런치. 한 끼 식사로도 잘 어울린다. 사진 종근당건강

가장 뜨거운 분야를 꼽는다면 혈당 관리 식품 아닐까.  

"맞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당뇨병 인구는 570만 명으로 최근 3년간 연평균 11.8% 이상 증가했다. 특히 당뇨병 전단계(이하 전당뇨) 인구는 15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3 정도를 차지한다. 게다가 당뇨병은 식습관과 밀접한 병이다 보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케어푸드 시장의 주 고객은 노년층이었지만 당뇨는 다를 것 같은데.    

"케어 푸드는 전반적으로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설계해, 모든 연령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도록 만든다. 여기에 당뇨환자식은 한 가지 더 고려했다. 2030대의 당뇨 환자가 4년 새 약 25%나 증가할 만큼 젊은 당뇨가 급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이 선호하는 아몬드밀크 맛을 구현했다."

제품을 개발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혈당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것이었다. 데이터보다 대면하고 이야기 나누다 보면 정확히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문제의 본질에 닿을 수 있다. 당코치를 개발할 당시엔 100명 이상의 당뇨병 환자를 만났다. 공통으로 단맛에 대한 공포심을 느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단맛이 없으면 맛이 없어서 못 먹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단맛에 대한 갈증을 해결해 먹는 즐거움을 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당뇨가 비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100kcal 미만의 칼로리, 당류 유당, 트랜스지방 제로 등 3 제로로 설계했다."

케어 푸드 개발 시 세운 '원칙'이 있다면.  

정확하게 검증된 소재만 사용하자는 것이다. 민간에서 좋다고 내세우지만 검증되지 않은 소재는 지양한다는 뜻이다. 또한 대한암협회나 한국당뇨협회 같은 전문가와 함께 공동개발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단순히 단체명만 빌리는 게 아니라, 배합 시 영양소의 비율을 세부적으로 논의했다."

안전성이 중요한 케어푸드는 전문가와의 협업이 중요하다. 당코치제로를 공동개발한 한국당뇨협회와 회의하는 모습. 사진 종근당건강

안전성이 중요한 케어푸드는 전문가와의 협업이 중요하다. 당코치제로를 공동개발한 한국당뇨협회와 회의하는 모습. 사진 종근당건강

어려웠던 점은.

"식품은 계산기대로 배합했을 때 원하는 값이 나오지 않는다. 새로운 공식을 만드는 과정과 같다. 실험실에서 500mL나 1L 만들었을 때와 공장에서 5톤, 10톤 만들면 맛은 기본 물성과 영양성분도 달라진다. 파괴율이 다르기 때문에 비타민을 100 정도 넣었다고 100이 그대로 나오는 게 아니다. 특히 케어 푸드는 영양가를 따졌을 때 상한치와 하한치가 정해져 있어서 기준에서 벗어나면 전량 폐기한다. 길게는 36시간씩 작업하는데 예상과 다른 결과를 마주하는 일은 늘 힘들다."

보람을 느낀 순간은.

"소비자의 긍정적 댓글도 감사하지만, 무엇보다 주변에서 암이나 당뇨를 겪고 있는 당사자나 지인이 연락 와서 '맛이 좋다거나 부모님께서 잘 드신다'고 말해줄 때 뿌듯하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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