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과학자 AIDS백신 개발/유전공학 이용… 곧 인체실험 착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재캐나다 교포 강칠룡 박사
【방콕=연합】 태국 수도 방콕에서 열린 국제후천성면역결핍증(AIDS)학술회의에서 재캐나다 한국인 과학자 강칠룡 박사(50·오타와 의대 미생물 및 면역학과 주임교수)가 표면항원을 이용하는 기존의 AIDS 백신 개발방법과는 달리 유전공학기법을 이용한 새로운 예방백신을 개발,동물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인체실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발표,큰 관심을 끌었다.
강 박사는 이번 회의 마지막 날인 21일 미국·프랑스·일본 등 세계 23개국 9백여 명의 학자,AIDS 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발표한 「분자생물학을 이용한 AIDS 예방백신개발전략」이란 주제논문을 통해 지난 3년간의 연구 끝에 유전공학기법을 이용한 예방백신을 개발,최근 원숭이에 실험한 결과 백신으로서의 면역효능이 탁월한 것으로 인정됐다고 밝히고 곧 인체실험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박사는 빠르면 내년 9월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과 세계보건기구(WHO)의 허가를 받아 캐나다·미국·태국,그리고 아프리카의 자이르·잠비아·캐냐·가봉 등에서 자신이 개발한 백신의 인체실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히고,현재 이들 국가의 보건당국과 인체실험을 위한 협의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인체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이 백신은 앞으로 5년내에 실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지난 83년 AIDS균을 최초로 분리해내는 데 성공한 미 국립보건연구원의 로버트 갈로 박사는 강 박사가 개발한 백신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내년 1월18∼19일 미 필라델피아에서 자신과 강 박사,듀크대 볼로네시아 박사,필라델피아 위스터연구소 코프라스키 소장 등 4명이 모여 강 박사가 개발한 백신의 인체실험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한 협의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미 국립보건연구원의 데일 로렌스 박사와 미 국방부연구소의 도널드 부르크 박사도 현재 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20여 종의 AIDS백신을 소개했는데 미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수산 클리크 박사는 강 박사의 백신은 모든 문제점을 고려하여 개발된 새로운 AIDS백신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