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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전쟁' 70만 돌파…'185만' 찍은 역대 정치인 다큐 1위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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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예상 밖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12일 서울 시내 영화관 매표기. 연합뉴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예상 밖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12일 서울 시내 영화관 매표기. 연합뉴스

이승만 전 대통령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건국전쟁’(1일 개봉)이 71만 관객(18일 현재)을 동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다큐 ‘길위에 김대중’(1월 10일 개봉)은 누적 관객 12만명을 동원했다. 관객수 1만명을 넘기 쉽지 않은 다큐로선 두 작품 다 흔치 않은 흥행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야 정치인 및 연예인들의 잇딴 관람과 후기도 흥행을 부채질했다.
‘건국전쟁’은 개봉 시기부터 맞불 작전을 폈다. 김덕영 감독은 지난달 언론시사회 때 “원래 3월 1일 개봉하려다 한달 앞당겼다. 곳곳에서 파란색(더불어민주당 대표색), ‘다시 김대중’이란 기치가 나오고, 영화(‘길위에 김대중’)까지 나와서”라고 밝혔다. 보수‧진보 정치인을 다룬 다큐가 이례적으로 맞대결하게 된 배경이다.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 뉴욕 맨해튼 '영웅의 거리' 자동차 행진을 하는 모습이다. 이를 담은 동영상이 내달 1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을 통해 70년만에 대중 공개된다. 사진 김덕영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 뉴욕 맨해튼 '영웅의 거리' 자동차 행진을 하는 모습이다. 이를 담은 동영상이 내달 1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을 통해 70년만에 대중 공개된다. 사진 김덕영

12‧12 군사반란을 극화한 ‘서울의 봄’이 1300만 관객을 동원하고 ‘길위에 김대중’까지 개봉한 가운데, 보수권에서도 ‘건국전쟁’ 관람 열기가 일었다. 167개로 출발한 ‘건국전쟁’ 상영관 수는 설 연휴를 기점으로 늘기 시작해 현재는 900여개에 달한다. 한 극장 관계자는 “‘건국전쟁’은 개봉 2주차인 연휴 기간 좌석판매율(배정된 좌석수 대비 판매 좌석 비율)이 같은 기간 전체 영화 평균 좌석판매율의 2배에 가까웠다. 관객 수요가 높다고 판단해 스크린을 편성했다”면서 “화제가 될 만한 대작이 없다는 점에서 '건국전쟁'은 대진운도 좋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2일 오후 경남 양산시내 한 영화관에서 영화 '길위에 김대중'을 관람한 후 양산지역 김두관 의원과 이재영 예비후보 사이에 서서 영화를 본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2일 오후 경남 양산시내 한 영화관에서 영화 '길위에 김대중'을 관람한 후 양산지역 김두관 의원과 이재영 예비후보 사이에 서서 영화를 본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건국전쟁’, ‘길위에 김대중’ 모두 관객의 절반이 50대 이상이고, 연령이 낮아질수록 관람 비중이 줄어드는 역피라미드 구조다. 특정 타깃층을 겨냥해 개봉한 뒤 입소문을 통해 관객 층을 넓혀온 점,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과거사를 되짚은 점 또한 비슷하다.

‘건국전쟁’은 그간 과오가 주로 부각됐던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집중 조명했다는 희소성도 작용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며 반기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의 공적 만을 취사 선택해 편향되게 다뤘다는 비판 또한 공존한다. 좌파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다큐멘터리 영역에 우파가 성공적으로 진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건국전쟁’을 영화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 “영화란 매체를 활용해 각자 자신들의 생각과 이념을 주장할 권리는 있으나 공통의 역사의식으로 수렴시킬 수 있는 작품 만이 대중 전체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역대 정치인 다큐 1위는 '노무현입니다' 

‘건국전쟁’은 역대 한국 정치인 다큐 흥행 2위다. 1위는 ‘노무현입니다’(2017)이다. 2017년 5월 개봉해 185만 관객을 동원했다. 역대 한국 다큐 흥행 순위에서도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의 480만, ‘워낭소리’(2009)의 295만에 이어 3위다. 노 전 대통령의 삶과 시사 만평가 백무현의 국회의원 도전기를 교차한 ‘무현, 두 도시 이야기’(2016)도 19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노 전 대통령은 다큐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정치인에 등극했다.

영화 '노무현입니다' 포스터. 사진 영화사 풀, CGV아트하우스

영화 '노무현입니다' 포스터. 사진 영화사 풀, CGV아트하우스

3위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주장을 담은 ‘그대가 조국’(2022)으로, 20대 대통령 선거(3월 9일) 두 달 뒤인 5월 25일 개봉해 33만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해 5월 개봉한 '문재인입니다'는 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생활을 다뤄 11만 관객을 모았다. 기존 정치인 다큐 흥행작들이 주로 선거철 이후 공개됐다면, ‘건국전쟁’은 4월 10일 국회의원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시기에 개봉한 것도 이례적이다.
‘건국전쟁’은 14일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신작이 개봉하며 박스오피스 2, 3위권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모양새다. 22일엔 최민식 주연 영화 ‘파묘’, 28일엔 티모시 샬라메 등 할리우드 스타가 출연하는 SF 판타지 ‘듄: 파트2’가 개봉한다. 50%대 가까이 유지했던 '건국전쟁'의 좌석판매율은 10%대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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