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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쪽 고전명작, 170분에 본다...기다렸던 '액션 뮤지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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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꼽추 종지기 콰지모도와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콰지모도 역 정성화가 열연하는 모습이다. 사진 마스트인터내셔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꼽추 종지기 콰지모도와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콰지모도 역 정성화가 열연하는 모습이다. 사진 마스트인터내셔널

책 한 장 넘기기도 힘든 난독의 시대다. 나흘에 걸친 설 연휴, 평소 벼려왔던 고전 소설 읽기에 도전하려 해도 용기가 안 난다면, 뮤지컬로 먼저 만나보는 건 어떨까.
마침 두껍기로 소문난 고전들이 화려한 보컬, 액션까지 가미한 뮤지컬로 서울에서 절찬리 공연 중이다. 한국어 번역판 소설이 450쪽 안팎의 단행본 5권 분량인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170분 짜리 뮤지컬로 만날 수 있다. ‘노트르담 드 파리’, ‘드라큘라’까지 요즘 영화‧드라마 스토리의 원형으로 꼽히는 작품들의 뮤지컬 공연을 엄선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몬테크리스토' '드라큘라'

‘노트르담 드 파리’ 대형 종 아찔한 꼽추의 사랑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사진 마스트인터내셔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사진 마스트인터내셔널

무대 위 천장에 매달린 무게 100㎏ 이상의 육중한 종들마다 거꾸로 매달린 집시들의 아찔한 안무가 펼쳐진다. 가로 20m 초대형 무대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의 거대한 가고일 석상, 움직이는 기둥들이 현대무용‧발레‧아크로바틱‧브레이크댄스 등 장르를 아우른 군무와 어우러진다.
6년 만에 돌아온 한국어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3월 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는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무대로 한 역동적 작품이다.
원작은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1802~1885)의 동명 대하소설이다. 실제 위고가 노트르담 대성당 벽에서 발견한 ANArKH(그리스어로 ‘숙명’)란 단어에서 착안해 신과 정의가 붕괴한 15세기 파리의 혼란상을 흉측한 꼽추 종지기 콰지모도(정성화‧양준모‧윤형렬)와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유리아‧정유지‧솔라)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에 담았다. 이를 토대로 한 프랑스판 뮤지컬이 1998년 자국 초연 후 전세계 23개국 9개 언어로 공연됐다.
한국에선 ‘노트르담의 꼽추’란 번안 제목이 더 유명할 만큼 꼽추가 주인공이란 인상이 강하지만, 뮤지컬에서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를 탐하는 연적 음유시인‧근위대장‧대주교 등과 비슷한 비중이다. 근위대장의 약혼녀까지 주인공들의 6각 관계가 51곡의 노래에 실려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주의 깊게 가사를 들어야 줄거리와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잡을 수 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사진 마스트인터내셔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사진 마스트인터내셔널

프랑스 첫 출시 당시 44주간 음악차트 1위에 오른 ‘아름답다(Belle)’ 등 서정적인 넘버 만큼이나 집시들의 아크로바틱‧군무가 인상적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대두한 이민자 화두가 극중 집시들의 강인한 생명력, 이방인에 더 가혹했던 형벌 제도에 핍박당한 이들의 비애감을 새삼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공연 시간은 150분(이하 인터미션 20분 포함), 8세 이상 관람가로 2월 10일(토)은 공연을 쉰다. 티켓 가격은 7만(B석)~17만(VIP석) 원 선.
빅토르 위고 원작의 세계 3대 뮤지컬 ‘레미제라블’ 속 프랑스 혁명 전후 19세기 파리의 시대상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다. ‘레미제라블’은 다음달 10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공연하고 3월 21일부터 대구로 무대를 옮긴다.

초등생 못 본다, 관능적 치정 멜로 ‘드라큘라’  

뮤지컬 '드라큘라' 주연 김준수. 사진 오디컴퍼니

뮤지컬 '드라큘라' 주연 김준수. 사진 오디컴퍼니

이렇게 치명적인 스토커도 없다. 무려 400년간 한 여인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애절한 치정 뮤지컬 ‘드라큘라’가 한국어판 10주년을 맞아 5번째 시즌 공연(3월 3일까지, 샤롯데씨어터) 중이다. 아일랜드 작가 브램 스토커(1847~1912)가 동유럽 뱀파이어 설화에서 착안한 동명 서간체 소설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넘버 ‘지금 이 순간’으로 유명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중독성 강한 선율에 실었다.
드라큘라의 관‧납골당 세트까지 세공한 4중 턴테이블의 화려한 무대 위로 김준수‧전동석‧신성록이 삼중 캐스팅된 드라큘라 백작의 관능적 애정 표현, 그에게 연인을 잃고 복수하려는 뱀파이어 헌터들의 팽팽한 난투극이 펼쳐진다.
드라큘라 넘버 '신선한 피'(Fresh Blood)와 그의 유혹에 맞선 미나(임혜영‧정선아‧아이비)의 '사랑하면 안 돼'(Please Don’t Make Me Love You)가 몰입감을 더한다면, 드라큘라에게 넘어간 뒤 돌변하는 새 신부 루시(이예은‧최서연) 등 뱀파이어 팜므파탈들의 끈적한 액션이 극의 온도를 높인다. 서늘하고도 화끈한 무대에 빠졌다면 원작 소설, 프랜시스 F 코폴라 감독의 영화 ‘드라큘라’(1992)도 추천한다.
뮤지컬 ‘드라큘라’의 공연 시간은 165분, 14세 이상 관람가로 미취학 아동‧초등생은 볼 수 없다. 현재 인터파크 뮤지컬 예매 1위로, 서울 공연을 마친 뒤 대전‧부산으로 무대를 이어간다. 티켓 가격은 8만(A석)~17만(VIP석) 원 선.

엔저 뚫고 일본서도 보러온다 ‘몬테크리스토’

뮤지컬 ‘몬테크리스토’(2월 24일까지)는 지난해 11월 충무아트홀 개막 초기부터 일본 관객들이 몰려왔다. 한류 스타 서인국의 ‘광화문 연가’(2012) 이후 11년 만의 뮤지컬 복귀작이라서다. 가수 겸 배우 서인국이 비슷한 시기, 데뷔 10주년 일본 앨범 발매와 함께 현지 팬 콘서트를 가진 게 흥행의 불씨가 됐다. 1807년 실화 토대란 사실이 놀라운 프랑스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1802~1870)의 동명 원작, 프랭크 와일드혼의 극적인 멜로디도 강한 흡인력을 발휘했다.
친구라 믿었던 자본가, 정치인, 부패 검사에게 배반당해 약혼녀까지 잃은 젊은 선원 에드몬드 단테스(이규형‧서인국‧고은성‧김성철)의 처절한 복수극이지만, 가벼운 유머, 여선장이 이끄는 해적들의 현란한 액션이 숨통을 틔워 준다. 흙수저 단테스가 보물섬에서 얻은 막대한 부를 통해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재탄생하는 복수 여정은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등 ‘회귀물’ 장르와 닮은 꼴이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2009년 스위스 초연 뒤 전세계 두 번째로 한국에서 공연, 2017년 뮤지컬 제작사 EMK가 전세계 공연 배급권을 획득하고 이번에 6번째 시즌을 맞았다.
공연 시간은 170분, 8세 이상 관람가. 티켓 가격은 8만(A석)~17만(VIP석)원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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