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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과 소년의 만남…11년 만에 수입가 20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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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나원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 ‘괴물’(사진)이 손익분기점 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최근 15년간 일본 실사 영화 흥행 2위에 올랐다. 일본 영화 강세가 확장하는 추세다.

지난해 일본 영화 매출은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극장가 흥행 4, 6위에 오르며 코로나19 이전 2019년의 10배인 1793억원까지 급등한 터다(이하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 집계). 2000년대 초 ‘러브레터’ ‘주온’ 이후 히트작이 끊긴 일본 실사 영화 시장도 덩달아 꿈틀댄다. 10·20 여성 관객 타깃 최루성 멜로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가 지난해 초 기대 이상의 110만 관객을 동원하며 15년간 일본 실사 영화 흥행 1위에 올랐고 곧바로 ‘괴물’이 2위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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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감독에게도 이례적인 흥행 신기록이다. 그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2018)을 비롯해 19편의 연출작을 선보이며 예술영화 팬덤을 얻었지만, 관객수는 1만 이하부터 최고 17만 명 선이었다. 한국 자본으로 만든 영화 ‘브로커’(2022)는 송강호·아이유 등 스타 파워로 126만 관객을 동원했지만, 상대적 고가 제작비로 인해 손익분기점(150만)에 미달했다.

영화계에선 ‘괴물’의 흥행을 “고레에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 주로 일본만화로 소비되는 BL물(소년 연애담) 팬덤과 시너지를 일으킨” 하이브리드 성공 사례로도 분석한다. 주류 작품이 외면해온 아동 성소수자 성장담을 다루면서, 새로운 관객층을 유입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괴물’ 한국 수입가격으로 11년 전 고레에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20배 뛴 가격이 거론된다. 다른 일본 영화들도 수입가가 들썩인다는 얘기가 들린다. 침체한 극장가의 흥행 단비가 출혈 경쟁의 기로 앞에 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