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흉가도 찾았다"…나영석이 '회장님' 부르는 시골집 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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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팥팥' '1박2일' '신혼일기' 등 나영석 PD(오른쪽) 사단 예능에 나오는 시골집은 대다수 이상용 로케이션 매니저(왼쪽)가 발굴한 곳이다. 사진은 두 사람이 야외 촬영 중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이다. 사진 이상용

가수 서태지는 그를 ‘망치형’이라 부른다. 나영석 PD에게 그는 ‘회장님’이다. 연예계 장수 커플 배우 신민아·김우빈도 각각 촬영을 위해 그가 찾아낸 운치있는 시골집에 머물렀다.
예능계에서 '시골집 전문가'로 통하는 이상용 로케이션 매니저 얘기다(망치는 이씨가 키우던 반려견 이름). 산·바다를 벗한 마당 너른 집에 가마솥 정취를 더한 시골 예능 열풍은 이 남자의 ‘마당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예능·영화 시골집 찾기 달인 #이상용 로케이션 매니저 #'콩콩팥팥' '3일의휴가' 등 #17년간 40채 출연시켜

래프팅 전문가가 서태지 흉가 찾은 사연

지난해 김우빈·이광수·도경수·김기방이 밭 경작하는 과정을 그린 tvN 예능 '콩 심은 데 콩나고 팥 심은 데 팥난다'(이하 '콩콩팥팥')에선 그가 밭 섭외 뿐 아니라 온갖 일을 거들며 제5의 멤버로 불렸다. ‘1박2일’(KBS2), ‘삼시세끼’(tvN), ‘신혼일기’(tvN) 등 나영석 사단 예능에 더해 김태호 PD의 ‘무한도전’(MBC)에도 참여했다.
지난 20일 가수 김호중이 ‘네순 도르마’로 엔딩을 장식한 ‘불후의 명곡’(KBS2) 강원도 평창 특집 무대, 넷플릭스 예능 ‘솔로지옥’ 시즌3의 전남 완도군 금당면 촬영지도 그가 발굴해냈다. 신민아·김해숙이 시골 백반집 모녀로 호흡을 맞춘 영화 ‘3일의 휴가’(지난달 6일 개봉)의 푸근한 시골집도 그의 눈썰미가 빛을 발한 공간이다.

영화 '3일의 휴가'는 죽은 엄마(김해숙, 오른쪽)가 자신이 살던 시골집에 머물고 있는 딸(신민아)을 찾아오는 내용이다. 장작불 아궁이에 올린 가마솥 정취가 살아있는 시골집은 이상용 로케이션 매니저가 강원도 정선 임계면에서 찾아낸 시골집을 영화 미술팀이 꾸며 완성했다. 사진 쇼박스

그는 사실 1세대 래프팅·구조 전문가다. 최근 전화로 만난 그는 “서태지·나영석을 만난 뒤로 모든 게 시작됐다”며 웃었다.
그가 처음 시골집을 찾아 나선 계기는 서태지가 강원도 산골의 흉가를 찾아달라고 부탁하면서다. “서태지 씨가 2007년 8집 티저 영상 촬영지를 저한테 부탁했어요. ‘시골에 아주 무섭게 생긴 흉가 같은 데 있고 싶다’더군요. 지금도 인터넷에 '서태지 흉가' 검색하면 나와요. 그걸 본 나영석 PD가 이듬해 ‘1박2일’ 혹한기 캠프 편에서 서태지 티저 찍은 데를 의뢰했어요. 그걸 계기로 예능 프로그램의 극한·극지 촬영지를 찾아주게 됐습니다.”

-본업이 따로 있다고.

“현재도 래프팅협회 일을 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강원도 인제 내린천에서 건기 때 벌채한 원목을 우기 때 뗏목으로 엮어 서울까지 운반하는 나무 장사를 크게 했다. 그런 영향을 받아 저도 내린천에서 래프팅 가이드와 구조 활동을 시작했다.”

MBC 예능 '무한도전'에 출연한 이상용(오른쪽 세번째) 로케이션 매니저가 정준하, 하하, 유재석, 박명수, 양세형 등 연예인출연자들과 방송 녹화중인 모습이다. 사진 이상용

이상용씨가 참여한 '무한도전' 2017년 뗏목 타고 한강 종주 편 촬영 당시 모습. 사진 이상용

-서태지와는 어떤 인연인가.

“서태지와 김종서 씨가 1995년 내린천에 왔다가 길을 잘못 들어 차가 망가졌는데, 그 때 내가 도와준 이후로 30년 지기가 됐다.”

-시골집은 어떻게 잘 아나.

“구조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전국 산·강·바다에 네트워크가 있다. 사륜 오토바이 타고 시골 길을 많이 다닌다. 다니다 보면 감이 오는 집들이 나타난다.”

-로케이션 찾는 노하우는.

“따로 배운 게 없으니 나만의 방법을 터득했다. PD와 작가의 요구에 무조건 맞춘다. 방송에 나가면 지역에도 이롭다. 한번 만났던 공무원은 이후 협의 과정이 쉽다. 촬영 밥차 음식을 동네 어르신들께 나눠드리기도 한다. 촬영하다가 주민과 마찰을 빚는 사례도 있던데, 내 친척 집이라 생각하고 대하면 주민들도 협조를 잘 해준다.”

이상용 로케이션 매니저(오른쪽)가 예능 '1박2일'(tvN) '리틀 포레스트'(SBS) 등을 함께한 가수 겸 방송인 이승기와 촬영 중 활짝 웃었다. . 사진 이상용

-‘콩콩팥팥’은 연예인들이 직접 밭을 일군다. 밭은 어떻게 찾았나.

“500평, 1000평 밭을 찾는 게 어렵더라. 썩 내키지 않던 중에 나PD가 인제에 있는 우리 집을 제안했다. 거기서 ‘1박2일’도 많이 찍었다. 가까이 지내는 동근 형님(‘콩콩팥팥’ 출연)도 농사일을 잘 봐주는 분이라 딱 맞아 떨어졌다.”

-‘3일의 휴가’에선 딸(신민아)이 돌아가신 엄마(김해숙)가 살던 외딴 시골집에서 백반집을 한다.

“대본상 위치는 경북 김천이다. 호수 있는 집이 필요했는데 호숫가 집들은 관리가 잘 안 돼서 흉가·폐가가 많다. 위성사진으로 전국 산세를 찾다 보니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의 과수원 많은 동네가 딱 맞더라. 호수가 없어서 신민아 씨 오열 장면을 개울에서 찍은 건 아쉬웠다.”

'콩콩팥팥' 고정 멤버인 배우 김우빈( 오른쪽)과 이상용 로케이션 매니저의 촬영 현장 한때. 깅무빈과 오랜 커플 사이인 배우 신민아 주연영화 '3일의 휴가'도 이씨가 시골집 촬영지를 발굴했다 . 사진 이상용

-예능에 출연시킨 집이 얼마나 되나.

“‘어쩌다 사장’(tvN)의 가게까지 치면, 40~50채 정도다.”

-촬영하기 좋은 시골집의 기준은.

“방송·영화를 위한 최고의 조건들이 있다. 면적, 경관, 일몰 때 빛 모양까지 살핀다. 출연자와도 어울려야 한다. ‘신혼일기’는 집주인이 남편이 태어난 집을 구매해 지붕을 빨갛게 칠한 게 예뻐서 기억에 남는다. ‘삼시세끼’ 산촌 편은 강원도 정선에서 찍었는데, 산세는 좋은데 집이 너무 오래된 미등기 건물이라 쓸 방법이 없다더라. 국토지리원 기록, 관련 법까지 뒤져 합법적인 촬영 방법을 찾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