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섬나라 부족 사모아 문화에선 예부터 성별을 네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여성, 남성, 파파피네, 파파타마 등이죠. 그중 ‘파파피네(fa'afafine)’는 ‘여성의 방식으로’라는 의미입니다. 남자의 신체로 태어났지만 여성적 특징을 갖고 산다는 거죠(파파타마는 그 반대).
10년간 축구경기에서 매번 지면서 FIFA 랭킹 최하위인 ‘아메리칸 사모아’(최남단 미국령 섬나라)가 2011년 38연패 행진(?)을 마감했는데, 역사적인 첫 승리의 주역 중에 이 ‘파파피네’가 있었습니다.
마블 수퍼 히어로 영화 ‘토르: 라그나로크’(2017), ‘토르: 러브 앤 썬더’(2022)로 유명한 뉴질랜드 영화감독 타이카 와이티티의 신작 ‘넥스트 골 윈즈’(24일 개봉)는 바로 아메리칸 사모아 축구대표팀과 파파피네 선수 자이야 사엘루아가 꼴찌들의 반란을 일으킨 실화가 토대입니다. 당시 메이저리그에서 퇴출돼 이 팀에 갑작스레 발령받은 네덜란드계 미국인 토마스 롱겐 코치와 함께죠.
영화 '넥스트 골 윈즈' 우승 실화 #38연패 아메리칸 사모아의 반전
호주에 31:0 대패 세계 꼴찌, 10년 뒤 반전
이 인간 승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아메리칸 사모아 축구대표팀의 경기 전적부터 알아야 합니다. 1983년 창설된 아메리칸 사모아 축구대표팀은 2011년의 승리 전까지 국제 축구 역사상 최악의 패배로 조롱받았죠. 2001년 열린 2002 한‧일 월드컵 오세아니아 예선전 당시 오세아니아 강호 호주팀에 무려 31대0으로 졌거든요. FIFA 사상 최다 점수 차였습니다.
호주는 불과 이틀 전 통가에 22대0으로 최다득점 승리한 기록을 자체 경신했으니, 오세아니아 다른 섬나라들과 기량 차이가 유독 크긴 했습니다(이 때문에 호주팀은 2006년 오세아니아 지역을 떠나 아시아 축구연맹으로 이적했죠). 당시 아메리칸 사모아 축구대표팀의 상황은 정말 열악하기 짝이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