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왼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전신불구의 역경을 딛고 화가로서, 소설가이자 시인으로서 인간 승리의 기록을 남기고 간 아일랜드 작가 크리스티 브라운(1932∼81)의 실화를 그린 영화 『나의 왼발』이 새해 1일부터 호암아트홀에서 상영된다.
크리스티 브라운은 선천성 뇌성마비로 인해 오로지 왼발만을 쓸 수 있었으며 그는 그 왼발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브라운은 49세 되던 해인 81년 저녁식사도중 음식이 목에 걸려 장애자로서의 삶을 마감했었다.
브라운의 동명자서전을 영화화한 『나의 왼발』은 타인의 눈에 비치는 장애자의 비극성을 가능한 한 배제하고 장애자 스스로 자신의 비극을 뛰어넘어 정상세계에 편입하려는 투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그러진 얼굴이지만 자신의 연애 감정을 솔직히 고백했다가 실연에 고통받고, 성적 욕망에 시달리며, 자신의 몸을 가눌 수 없는 부 자유로움에 끝내 자살기도까지 하는 브라운의 어두운 면을 이 영화는 한 장애자의 비극적인 몸짓으로 그리지 않고 이를 불구의 몸에서 내연하는 자유로운 정신 세계로 파악, 정상인보다 더욱 치열하고 감동적인 장애자의 삶에 대한 욕망과 희열을 느끼게 한다.
『프라하의 봄』에서 시니컬하면서도 관능적인 눈 연기를 보여줬던 대니얼 데이루이스가 「신기에 가까운 연기」로 올해 아카데미상·전미비평가협회 상·영국 아카데미 상 등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연극연출가 출신 짐셰리던의 감독 데뷔작이며 모성의 헌신성을 열연한 브렌다 프리커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음악은 엘머 번스타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