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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 약값도 걱정한 의학자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77호 21면

허준 평전

허준 평전

허준 평전
김호 지음
민음사

소설과 드라마로 각색된 허준의 이야기는 대중에게 친숙하다. 그러나 이런 픽션으로 형상화된 허준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역사적 사실은 아니다. 서자 출신으로 내의원 의관에 봉직하며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방법이 마땅치 않았던 허준의 삶에는 사료에 남지 않은 불확실한 지점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역사학자이자 ‘허준의 동의보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던 저자는 각종 자료를 치밀하게 검토하며, 허준이 편찬한 의서들의 행간에서 그가 일생을 의학에 투신하며 지향한 바를 읽어낸다. 의학자로서 허준은 세속의 구태나 금기에 구애되지 않고 새로운 의학 지식을 수용하며 이를 치료에 적용했다. 또한 전통의 편안함을 인정하면서도 끊임없이 환자를 진찰하고, 경험에 기초해 새로운 실험과 합리적인 지식을 추구했다.

책을 넘기다 보면 ‘의학자’ 허준뿐 아니라 서민들의 비싼 약재 값을 걱정하고 방법을 갈구하는 ‘인간’ 허준의 면모도 느낄 수 있다. 그의 노력은 과거에 합격하는 것만이 공공의 실천이라고 생각되던 시대에 ‘사람을 살리는 일’ 또한 공공의 사무임을 각인시켰다. 자신의 안위를 돌보는 것만이 정답이 된 듯한 오늘날, 역병을 막기 위해 스스로를 위험에 몰아넣는 그의 모습은 큰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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