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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컵라면 물 가득 부어 끼니…결국 다른 병을 얻었다" [박근혜 회고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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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병 치료차 입원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2020년 7월 2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병 치료차 입원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박근혜 회고록-수감생활 및 그 후 편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고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독거실 내부에 설치된 빨랫줄에 빨래를 널다가 멈칫했다. 잠시 머뭇머뭇하던 박 전 대통령은 교도관에게 “빨랫줄을 아래로 내려줄 수 있나”라고 부탁했다. 이유는 통증 때문. 박 전 대통령은 “허리와 무릎도 좋지 않았지만, 어깨가 정말 끊어질 듯 아팠다”며 “무거운 것을 옮기려고 하면 ‘탁’하고 통증이 왔고, 도저히 팔을 올려 빨래를 널 수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어깨 수술을 위해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가 불허된 일화도 공개했다. 박 전 대통령은 “불에 덴 것 같은, 칼로 베는 것 같은 통증이 나타나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며 “의료진의 권고를 받아들여 구치소 측에 알리고 수술 날짜를 잡았는데 검찰이 불허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순간적으로 가슴 속에 한스러운 감정이 솟구쳤다”며 “끝이 안 보이는 고통을 무조건 참고 견디려니 형용할 수 없이 비참한 기분이 들곤 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주치의의 말대로 어깨 근육이 끊어지고 많이 망가지기 전에 수술을 받았더라면 지금보다 상태가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지난 것을 되돌릴 수는 없다”며 “지금도 나는 어깨 관리에 많은 신경을 기울인다. 조금만 무리하면 통증이 찾아오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구치소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 고생한 경험도 술회했다. 박 전 대통령은 “평소 음식을 싱겁게 먹는데 구치소 음식은 상당히 짜게 느껴졌다”며 “구치소에서 가끔 음식에 대한 불편 사항을 묻는 설문지를 돌렸는데, 그때마다 음식을 좀 짜지 않게 해달라고 적었다”고 말했다. 또 “그래서 밥 대신 컵라면을 구매해 최대한 물을 많이 부어 싱겁게 먹는 것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며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이 이어지다 보니 다른 병이 생기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몸이 너무 안 좋으니까 누군가 와서 “같이 가자”며 내 몸을 잡아당기면 몸이 다 부스러질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다. 살면서 그런 약한 생각이 들었던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 생활은 표현하지 않았지만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들었다”며 “다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그나마 버티고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나를 믿고 격려해주신 국민의 지지 덕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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