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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금융위기 직격탄, 80년대생부터 유예세대 본격화 [유예사회에 갇힌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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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에서 젊은 세대의 ‘인생 유예’ 현상이 본격화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 시기는 ‘MZ세대(1980~2012년생)’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와 맞물렸다. 성장 여력이 있었던 과거엔 오일 쇼크 같은 국제 위기가 와도 청년 실업률은 빠른 속도로 회복됐지만, 금융위기 이후엔 한국 사회의 역동성과 탄력이 급격히 둔화했다. 경제성장률은 3% 안팎, 잠재성장률은 2% 안팎으로 저성장 추세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2016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말 처음 도입된 대학 졸업 유예제는 2000년대 후반에 폭증했다. 2008~2012년에 졸업 유예제를 도입한 대학(51.4%)이 그 이전 도입한 대학(38.2%)보다 훨씬 많았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 없는 성장기에 사회에 진출한 80년대 중후반생을 중심으로 졸업을 유예하는 게 트렌드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실제로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 치솟았던 청년 실업률(15~29세)은 3년 만에 회복됐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외환위기 직후 1998년 12,2%까지 상승했다가 2002년 6.6%로 하락했다. 혼인 건수도 외환위기 직전안 1996년 43만건에서 2003년 30만건까지 줄었다가 다시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34만건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후 2022년 기준 19만건까지 급감했다.(통계청 인구동향조사)

젊은 세대가 인생 시계를 늦추는 건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 추세라는 시각도 있다. 진 트웬지 샌디에이고주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저서 『제너레이션: 세대란 무엇인가』에서 “선진국의 저성장 기조의 파급력이 청년들에게 주택 구입, 학자금, 교육 등 다양한 문제로 ‘나는 전 세대보다 가난하다’고 느끼게 한다”며 “결혼도 늦추거나 기피하게 되면서 기혼자 비율이 낮아지는 등 성인기가 늦어지는 ‘느린 성장’ 때문에 불만·우울이 깔려 있는 특징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예사회에 갇힌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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