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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2007 패션코드는 레드 …돌아온 80년대 … 모노톤에 붉은 방점을 찍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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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미스지 콜렉션 제공

'레드'가 온다. '예쁘긴 하지만 너무 튀는'이 색은 2007년 봄.여름 패션계를 선도하는 유행 코드가 될 전망이다. 그 배경에는 패션계에 불기 시작한 '1980년대 바람'이 있다. 삼성패션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80년대는 세계적 경제 호황으로 경제적 윤택함이 풍성함으로 강조된 시기. 패션계 역시 과감하고 화려한, 이전까지 잘 쓰이지 않던 강렬한 원색이 등장한 때다. 국내에서는 84년 교복 완전자율화로 유행에 민감한 청소년들이 패션에 눈뜨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삼성패션연구소 서정미 소장은 "20세기 말 유행했던 극도의 미니멀리즘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로맨틱한 분위기가 다시 등장한 게 80년대와 비슷한 느낌이 된 것"이라면서 "80년대의 풍요로움을 희구하는 마음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빨강이 촌스럽다고?

11월 1일부터 열흘간 서울 삼성동 서울무역전시장에서 2007 봄.여름 서울 컬렉션이 열렸다.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쇼답게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였지만 대세는 '로맨틱 미니멀리즘'. 80년대 복고 바람을 타고 실루엣은 단순하지만 어깨 등에 볼륨감을 강조해 절제된 듯 편안하면서도 여성스러움을 살린 것이 '로맨틱 미니멀리즘'이다. 검정과 흰색, 베이지색이나 크림색처럼 차분한 색이 주를 이룬 가운데 곳곳에서 빨간색이 눈에 띄었다.

디자이너 지춘희는 모노톤 의상에, 앤디&뎁은 단정한 블랙&화이트 바지 정장에 빨간 플랫 슈즈(굽이 거의 없는 평평한 스타일)를 매치시켰다.

유행에 맞춘 간결한 실루엣에 색깔마저 점잖은 의상을 골라 성장(盛裝)을 하게 되면 늘 마무리가 고민일 터. 이런 모노톤 물결에 '센스'를 표현하는 게 빨간색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모노톤의 절제된 디자인으로 유명한 제일모직 여성복 구호(KUHO)의 정구호 상무는 "올 가을.겨울의 모노톤 유행이 내년 봄.여름까지 여전할 것"이라며 "빨간색이 야하다고만 생각할 게 아니라 자칫 건조해 보일 수 있는 의상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훌륭한 아이템이라고 생각을 바꿔 보자"고 조언했다.

이미 백화점 구두 매장에는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반짝거리는 광택의 '빨간 구두'가 등장했다. 금강제화 디자인실 강주원 실장은 "미니멀한 감각의 블랙&화이트를 기본으로 '레드와 골드'가 메인 색상으로 떠올랐다"고 소개했다.

왼쪽부터 미스지 콜렉션, DKNY,앤디&뎁, 구호, 금강제화, 모다뉴스 제공.

#'80년대'를 새롭게

21세기로 돌아온 '80년대'는 어떤 모습일까. 올 가을.겨울, 내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선보인 것은 80년대 유행하던 굵은 벨트와 어깨 등에 볼륨을 강조한 실루엣. 이런 '복고 바람'에 관객들은 관심을 표명했다. 강렬한 원색은 '촌스럽다'며 금기시됐지만 '80년대'는 이를 사용했고 다시 돌아온 '80년대'는 새 옷을 입었다. 당시의 추억에서 강렬한 기억만을 꺼내와 재해석한 모습으로.

서울 컬렉션에 등장한 작품을 보면 이런 모습이 더 분명해진다. 허리선이나 어깨를 보면 80년대 유행했던 '부풀린 주름'을 강조한 것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다른 장식 요소는 배제해 옷 전체를 볼 땐 볼륨감이 절제돼 있었다. 구두 등 아이템의 빨간색도 80년대 유행이지만 새로운 시대의 옷을 돋보이게 할 뿐 그것만 튀지는 않도록 했다. 금강제화 강주원 디자이너는 "레드와 골드는 블랙&화이트 의상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색상"이라며 "원래 검정 바탕에 포인트를 주는 컬러로 사용됐지만 올 봄에는 구두 전체의 메인 색상군"이라고 소개했다.

#모노톤 의상엔 한 가지 포인트를

이번 서울 컬렉션에서 디자이너 박윤수는 흰색 바탕에 녹색의 자연을 입혔다. 디자이너 박윤수는 "'자연'을 주제로 한 경향 역시 80년대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당시의 옷이 전체에 현란한 꽃무늬를 프린트했다면 다시 돌아온 80년의 '자연'은 그리 과하지 않은 편. 패션쇼 무대 전체를 숲으로 꾸민 디자이너 박윤수는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흰색 바지에 원시의 녹색 덩굴을 흘려 넣어 80년대를 재해석했다.

그가 새로 풀어낸 80년대에는 '골드'도 따라왔다. 화려한 빨강 못지않게 튀는 색인 골드가 유행인 이유도 빨강의 그것과 같다. 복장 전체의 인상이 단순하고 차분하기 때문에 한두 개의 소품으로 '악센트'를 준다는 것. 앤디&뎁의 디자이너인 윤원정 이사는 "사람들은 옷이나 장신구를 따로따로 떼서 보지 않고 실루엣과 느낌 전체를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단정한 모노톤 의상을 한층 돋보이게 하려면 레드나 골드 같은 선명한 느낌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80년대 스타일' 보고서를 작성한 삼성패션연구소의 조윤희 연구원은 "80년대에는 흰색.빨강.검정이 대비색으로 활용되거나 에나멜 효과를 통해 원색적인 화려함이 더욱 강조됐었다"고 설명했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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