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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인구는 전 세계의 미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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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4호 21면

축소되는 세계

축소되는 세계

축소되는 세계
앨런 말라흐 지음
김현정 옮김
사이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무서운 핵폭발 더 무서운 인구폭발”. 가족계획을 장려하던 이런 표어는 옛말이 됐다. 이제 한국은 세계 어떤 나라보다 가파른 출생률 저하를 고민한다. 이 책 『축소되는 세계』에 따르면 인구 폭발을 걱정했던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인구 폭탄’은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폴 R 에얼릭의 1968년 저서 제목이었다. 1970년대 중국과 인도는 강압적인 인구 조절 정책을 도입했다.

앞으로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것도 한국만의 일은 아닐 듯싶다. 도시계획전문가로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등에서 일했던 저자는 세계 각 지역의 인구통계학적 상황과 함께 전 세계 인구가 2070년쯤 정점을 찍고 줄어들기 시작할 거란 전망을 전한다. 더불어 세계 경제가 빠르면 2050년쯤 마이너스 성장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고도 전망한다. 프랑스를 비롯해 출생률을 올리기 위한 각국의 정책은 막대한 재정적 비용에 비해 장기적 추세를 바꾸기에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그는 인구 감소를 ‘실패’로 여기기보다는 ‘축소 도시’로서 번영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라트비아의 두 번째로 큰 도시 다우가프필스의 아파트. 소련 시기에 지어진 건물이다. [사진 사이]

라트비아의 두 번째로 큰 도시 다우가프필스의 아파트. 소련 시기에 지어진 건물이다. [사진 사이]

책에는 인구 감소의 과정과 여러 문제를 다루는데, 제 4장에서 다룬 주택 수요 얘기가 눈길을 끈다. 양상이 다양하다는 점에서다. 인구가 줄면 주택 수요도 줄어드는 게 상식 같지만, 통일 이후의 독일 동부 등에서는 오히려 증가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1인 가구를 비롯해 가구수가 증가했기 때문. 인구 감소와 가구수 감소 사이의 이런 지연 효과는 일본에서도 벌어졌다.

지연 효과와 함께 건축적 환경, 사회적 요인도 작용한다. 빈집 문제도 마찬가지.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단독주택이 많은 미국과 사회주의 시절 작은 크기로 지어진 다세대 아파트가 많은 독일 동부나 동유럽, 대규모로 빈집을 철거한 미국과 부동산 등기 제도나 조세 제도 등으로 인해 정부 개입이 쉽지 않았던 일본 등은 구체적 상황과 대응이 각기 다르다. 물론 인구가 계속 줄면 결국 가구수도 줄어들게 마련. 저자는 가구수 감소세는 가속화 경향이 있어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도 지적한다.

인구 변화에는 출생률 등만 아니라 인구 이동도 작용한다. 책에 따르면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인구는 줄었지만 모스크바 인구는 거의 40%나 늘었고, 라트비아는 전체 인구가 줄었어도 유럽연합 가입 이후 경제가 계속 성장 중이다. 미국에서는 대학과 병원 같은 주요 기관이 있는 도시나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난 대도시 주변 소도시에서 인구가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진다. 하지만 전체 인구가 줄어들면, 저자의 지적처럼 도시의 성장은 제로섬 게임이 될 수밖에 없고, 지역 간 불평등은 심화한다.

예측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건 대안 제시다. 저자는 ‘지역화’를 강조하는데 그의 말마따나 만병통치약 같진 않다. 그 초점은 각 도시가 제조업, 전기 생산 등에서 탄탄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 자연히 이를 위한 리더십이나 인적 자원 등도 강조된다. 저자는 2050년 이후에도 미국이 경제적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다른 나라보다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내수 시장의 구매력이 크다는 점이다.

한편으로 기술 발전이나 지구촌 일부 지역의 인구 증가가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기대도 있는데, 저자는 회의적이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는 인구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풍부한 천연자원과 젊은 인구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인프라 등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구 증가와 이에 기댄 경제성장을 기대하지 말라는 시각 자체가 세계 어디보다 한국에서 독자의 시선을 충분히 끌 만하다. 원제 Smaller Cities in a Shrinking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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