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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만 대선 후 美 사절단 파견"…中 즉각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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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치르는 대만 총통 선거 직후 미국 전직 최고위 관료로 구성된 고위급 사절단을 대만에 보내기로 했다. 이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백악관이 대만 선거가 끝난 뒤 비공식 사절단을 파견할 계획이며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민주)과 스티븐 해들리 전 국가안보보좌관(공화)을 초당적인 사절단 대표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각각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근무한 인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 선거 직후 미국 전직 최고위 관료로 구성된 고위급 대표단을 대만에 보낼 계획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 선거 직후 미국 전직 최고위 관료로 구성된 고위급 대표단을 대만에 보낼 계획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와 관련,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해당 계획을 인정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이 대만과 비공식 외교관계를 유지하면서 지난 수십년간 전직 정부 관료, 전직 의원 등을 고위급 비공식 사절단으로 파견한 전례가 있다"고 언급했다. 대표단의 방문 목적에 대해선 미국이 총통 당선인 등에게 미국과 대만의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국이 언급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2022년 3월 마이클 멀린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 미셸 플루노이 전 국방부 차관 등 대표단을 대만에 보냈다. 미국의 관심이 우크라니아 전쟁에 쏠린 틈을 타 중국이 침공할 수 있다는 대만 측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인 2021년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고위급 대표단을 대만에 파견했다. 당시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공화)이 방문했다.

중국 "대만은 양도 불가…美와 공식 접촉 단호히 반대" 

FT는 "그동안 미국이 대만에 비공식 대표단을 파견한 전례는 있지만, 총통 선거 직후에 대표단을 보내는 것은 이례적이다"면서 "중국이 분노할 수 있다"고 평했다.

실제로 총통 선거 직후 미국이 대만에 사절단을 파견한다는 소식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주미 중국대사관 관계자는 성명을 통해 "대만은 중국의 양도 불가능한 일부"라면서 "중국은 미국이 대만 지역과 어떤 형태로나 공식적으로 접촉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만 독립 분리주의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민주). 중앙포토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민주). 중앙포토

미국 내 평가는 엇갈렸다. 한 전직 미국 관리는 FT에 "역효과를 낳을 위험한 조치"라면서 "고위급 사절단 파견은 중국의 과잉 행동을 유발할 수 있기에 좀 더 섬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평했다. 또 다른 인사는 중국과 대만 모두 미국의 사절단을 이용할 수 있기에 미국의 정책을 복잡하게 만드는 '나쁜 구상'이라고 평했다.

반면 대표단 파견을 통해 미국의 입장과 태도를 보여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인 '독일 마셜 펀드'의 양안 전문가인 보니 글레이저 연구원은 매체에 “대만 민주주의와 새 총통에 대한 지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며 초당적으로 하는 편이 유익하다”고 말했다.

제2회 중앙일보-CSIS포럼에 참석한 스티븐 해들리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공화). 중앙포토

제2회 중앙일보-CSIS포럼에 참석한 스티븐 해들리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공화). 중앙포토

"中, 대만 선거 앞두고 군사 압박 시 도발자 될 것"   

한편 미국 정부는 중국에 군사적 압박 등의 형태로 개입하지 말라고 재차 경고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10일 브리핑에서 "(대만의) 선거는 정상적이며 일상적인 민주주의 절차의 한 부분"이라며 "중국이 추가적인 군사적 압박·강압으로 대응한다면 중국은 도발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만은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모델"이라면서 "우리는 대만 선거에 대한 모든 외부 개입이나 영향력 행사를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금까지 중국의 행동을 선거 개입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중국이 선거 결과에 대한 입장이 있고, 여러 다른 방식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압력을 가하려고 한다는 게 비밀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대만 총통 선거에는 집권 민진당 소속 라이칭더와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가 대결한다. 중국은 특히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만 총통 선거에는 집권 민진당 소속 라이칭더와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가 대결한다. 중국은 특히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는 미국은 이번 선거에서 선호하는 후보가 없다면서 "누가 당선되든 미국의 대만 정책은 같을 것이며 미국과 대만의 굳건한 비공식적 관계도 계속될 것"이라 전했다. 또 선거 기간과 정권 이양기에 중국과 외교·군사 대화 채널을 열어두고, 대만과도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대만의 민주적 절차를 강력히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에는 집권 민진당 소속 라이칭더와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가 대결한다. 중국은 특히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독립 노선의 민진당 소속 라이칭더 후보를 거칠게 비난하는 논평을 내놨다. 11일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에 따르면 천빈화 대변인은 전날 밤 논평에서 "이른바 차이잉원 노선은 대만 독립 노선이자 대항 노선으로, 대만의 전쟁 위험과 사회 대립의 화근"이라며 "차이잉원 노선을 잇는 것은 대만을 평화와 번영에서 멀어지게 하고 전쟁과 쇠퇴에서 가깝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은 아르헨티나 정부의 친대만 움직임에 반발하고 나섰다. 1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주재 중국 대사관은 대만은 중국 영토에서 떼어놓을 수 없다는 기존 중국 입장을 담은 게시물을 SNS에 올렸다. 대만과 밀착하는 듯한 아르헨 정부를 겨냥한 경고성 SNS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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