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진상도 모른 채 '최순실 사과'…탄핵 직행한 '최악의 악수' [박근혜 회고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JTBC가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을 보도한 다음 날인 2016년 10월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의 건의를 받아들여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것이 돌이킬 수 없는 악수가 되어버렸다”고 회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13일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서비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의 ‘박근혜 회고록’을 통해 최서원 국정농단 보도의 후폭풍과 긴박했던 탄핵 과정을 되돌아봤다.

박 전 대통령은 “그때만 해도 최서원 원장(과거 유치원 원장을 지내 최 원장으로 호칭)을 사적으로 청와대로 부르거나 연설 원고를 몇 차례 보여주고 의견을 구한 것 정도만 문제가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과를 한다면 되지 않겠냐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씨의 행적을 충분히 알아보지 않고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되려 사태를 악화시킨 자충수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의 국정농단의 전모를 파악하게 된 것은 “탄핵 후 재판 과정에서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과문 발표는) 내가 미처 파악하지도 못한 각종 의혹에 대해 100% 인정한 것처럼 받아들여졌고, 민심은 순식간에 기울었다”며 “진상을 파악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는데, 여론의 속성을 예견하지 못했던 것이 내 불찰이었다”고 자책했다. 열흘 뒤인 11월 4일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다”며 2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여론은 악화일로였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첫번째)가 2016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방청석에 있는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가운데는 추미애 대표. 중앙포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첫번째)가 2016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방청석에 있는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가운데는 추미애 대표. 중앙포토

박 전 대통령은 우병우·안종범 등 주요 참모진이 줄줄이 사표를 내며 청와대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됐던 상황과, 탄핵 과정에서 벌어진 여당의 분열을 바라보는 심경 등도 담담히 회고했다.
그는 탄핵을 피하기 위해 김병준 총리 후보 카드를 철회하고 총리 지명권을 국회에 양보하고 임기 단축도 제안했지만 “촛불 시위 규모가 커지자 여당 일부가 야당에 동조하면서 분위기가 이미 탄핵 쪽으로 넘어가버렸다. 선거 때마다 애타게 나를 찾았던 이들도 내가 어려워지자 대부분 등을 돌렸다”고 술회했다.

※박근혜 회고록의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회고록 주소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4162 입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