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내가 혼외자 터뜨려 채동욱 찍어냈다? 황당하단 말도 아깝다” [박근혜 회고록8]

  • 카드 발행 일시2023.10.18

탄핵 사태 이후 이어진 나에 대한 검찰 수사와 구속, 이후 재판과 수감 생활까지…. 세간에서는 나와 검찰의 관계를 ‘악연’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악연의 시작점으로는 ‘채동욱 사태’가 많이 거론된다.

내가 대통령 당선인이던 2013년 2월 7일,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 추천위원회가 열렸다. 법무부 관계자와 민간위원 등 총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추천위는 한상대 검찰총장의 후임으로 김진태(사법연수원 14기) 대검찰청 차장, 채동욱(14기) 서울고검장, 소병철(15기) 대구고검장을 추천했다.

당시 여권 일각에서는 안창호 헌법재판관이나 김학의 대전고검장을 추천하는 분들이 있었는데, 실제 추천위에서 선정한 3명의 후보를 두고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임기 말의 정권에서 소집된 추천위가 차기 정부의 검찰총장 후보자를 추천한 것을 두고 주변에서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는 해도 상식 밖의 일”이라고 우려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나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치 인생을 걸으면서 나는 검찰 조직과 특별히 가까운 것도 아니었고, 특정 검사 그룹과 친분이 두터운 것도 아니었다. 어디서 검찰총장 후보자를 추천하든지 결정적인 하자가 없고, 업무에 적합한 사람이라면 믿고 지명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먼저 추천위가 추천한 세 명의 후보에 대한 주변의 인물평을 들었다. 검사 출신인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도 채 고검장에 대해서 적임자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결국 나는 3월 15일 우리 정부 첫 검찰총장에 채 고검장을 내정했고, 그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4월 4일부터 검찰총장 임기를 시작했다.

2013년 4월 17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접견실에서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후 채 총장은 혼외자 논란으로 9월 13일 자진사퇴했다. 중앙포토

2013년 4월 17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접견실에서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후 채 총장은 혼외자 논란으로 9월 13일 자진사퇴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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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권 출범 초반 국정원 댓글 사건이 터졌다. 서울중앙지검은 2013년 4월 18일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윤석열 특수2부장을 팀장으로 임명했다. 특별수사팀은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기억한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4월 29일 소환 조사했고, 4월 30일에는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다. 나는 일단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고, 아직 사건의 실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나설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검찰이 알아서 엄중히 조사하고 처리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관련 보고를 받거나, 따로 수사 진척 상황을 알아보라고 지시하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