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 반대한 문재인…朴 “위기때 실체 드러나는 법” [박근혜 회고록9]

  • 카드 발행 일시2023.10.19

2013년 8월께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긴급 보고를 받았다. 통합진보당의 경기동부연합을 중심으로 이석기 의원 등 100여 명의 인사가 이른바 지하혁명조직(RO, Revolutionary Organization)을 조직해 전국적 총파업과 무장봉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이들은 통신·유류 시설 무력화, 유사시 파출소 습격, 총기 무장 등 무장혁명 투쟁까지 준비했고, 심지어 중국에서 북한 인사와 접촉한 사실까지 확인된 상태였다.

통합진보당은 원내 13석을 가진 제3 정당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수사는 신중해야 했다. 명확한 증거 없이 진행했다가는 되레 야권이나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야당 탄압’이나 ‘공안정국 조성’이라는 역공을 당할 위험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국정원 보고는 ‘추정된다’는 식이 아니라 증거를 바탕으로 조목조목 이들의 혐의를 입증했다.

나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우려를 그 이전부터 갖고 있었다. 통진당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동당계(NL), 국민참여당계, 진보신당 탈당파(PD), 시민사회·노동계 등이 결합해 2011년 12월 만든 정당이었다. 총선에서 13석을 얻는 성적을 거뒀지만, 선거 직후 비례대표 후보 부정 경선 논란으로 내홍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경기동부연합이라는 당내 주류 정파가 종북 노선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석기, 지하혁명 RO 조직” 국정원의 긴급보고

 이석기 통진당 의원(오른쪽 둘째)은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2013년 9월 4일 본희의장을 나와 본관 계단에서 이정희 대표와 손을 맞잡았다. 중앙포토

이석기 통진당 의원(오른쪽 둘째)은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2013년 9월 4일 본희의장을 나와 본관 계단에서 이정희 대표와 손을 맞잡았다. 중앙포토

비례대표로 당선된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경기동부연합 출신이었다. 이 조직의 리더였던 이 의원은 기존 진보단체처럼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공개 석상에서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종북(從北)보다 종미(從美)가 더 문제”와 같은 발언을 거리낌없이 하는 인사였다. 기자들과 자신의 보좌관을 ‘일꾼’이라는 북한식 용어로 부를 정도로 북한에 경도된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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