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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새 대법원장 "재판 지연 해결 시급"…공정·신뢰 외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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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11일 열린 취임식에서 재판 지연 문제 해결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 8일부터 공식 임기를 시작한 조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조 대법원장은  “국민들이 지금 법원에 절실하게 바라는 목소리를 헤아려 볼 때,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하여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세심하고 다각적인 분석을 통하여 엉켜있는 문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재판 지연 문제의 원인부터 파악해 보겠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재판 지연의 원인은 어느 한 곳에 있다고 할 수 없다”면서 “구체적인 절차의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재판 제도와 법원 인력의 확충과 같은 큰 부분에 이르기까지 각종 문제점을 찾아 함께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공정’ 6번 ‘신뢰’ 4번 부른 새 대법원장 

조 대법원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공정’과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공정한 재판을 통하여 법치주의를 실질적으로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야말로 법원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며 ”불공정하게 처리한 사건이 평생 한 건밖에 없다는 것이 자랑거리가 아니라, 그 한 건이 사법부의 신뢰를 통째로 무너지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또 “재판이 공정하다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재판의 전 과정에 걸쳐 공평한 기회가 보장돼야 할 것”이라며 “재판 과정에서 누구에게나 동등한 발언의 기회를 줘야 함은 물론이고, 항상 겸손하면서도 공정한 태도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을 호명하는 것으로 취임사를 시작했는데, ‘내외 귀빈’을 첫머리에 포함한 김명수·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달랐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등을 인용한 조 원장은 “사법부는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면서도 “(사법부가) 국민을 온전히 지켜주지 못했다”고 했다.

대법관 공석에…전합·소부 차질 불가피

김 전 원장이 지난 9월 퇴임한 후 78일 만에 대법원장 자리에 오른 조 원장에게 발등에 떨어진 불은 대법관 추천과 법원장 인사다. 김 전 원장이 지명했던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은 당장 3주 뒤인 내년 1월 1일 임기가 끝난다. 일단 새 대법관 천거 공고는 냈지만,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등 남은 절차를 감안하면 신임 대법관 취임은 이르면 내년 3월이라고 한다. 두 달 이상 대법관 두 명의 자리가 비게 되면 대법원 전원합의체(13명)나 소부(4명) 구성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지난 8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 대법원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지난 8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 대법원

인사청문회 당시 조 대법원장 스스로 문제가 많다고 인정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도 손봐야 한다. 이전에는 대법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중에서 임명하던 지방법원장 자리는, 2019년부터는 각 법원 판사와 직원들의 투표로 후보를 추천해 그 중에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조 원장은 이번 인사에선 법원장 추천제를 일부 개선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 제도를 당장 폐지하기엔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행정처 관계자는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절차적 개선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사법행정 개혁, 처장 바꿀까…유임 가능성도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조 대법원장은 사법 행정에 대한 개선 의지도 내비쳤다. 이날 취임사에서 “재판 제도와 사법 행정의 모든 영역에서 법관이 부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 살피겠다”고 했다.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과 그 전 양승태 대법원장 시기 사법 행정은 적정성에 대한 비판에서 모두 자유롭지 못했다.

사법행정 개혁의 시작은 법원행정처장 교체 여부에 대한 선택부터다. 2021년 5월 김 전 원장이 임명한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2년 7개월 동안 처장직을 맡아 왔다. 대법관 중 한 명이 맡는 법원행정처장은 법에 정해진 임기는 없지만, 전임자들은 통상 약 2년간 재직한 후 처장직에서 물러나 왔다. 신임 처장에는 서경환·천대엽 대법관 등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대법원 내부에선 “대법원장이 교체된 만큼, 새 처장을 임명해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과 “대법관 공백 등 혼란을 잠재우긴 위해선 기존 행정처장이 유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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