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인으로 구성된 도하 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들이 프레스센터에서 일하고 있다.도하=변선구 기자
전체 인구 70만 명 중 자국민이 20만 명밖에 되지 않는 중동의 소국 카타르가 40억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인 제15회 도하 아시안게임을 치르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카타르가 과연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축제를 치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 도하의 젊은이들=대회 개막(12월 1일)을 사흘 앞둔 28일, 카타르 수도 도하의 아시안게임 프레스센터에 들어섰다. 흰색과 검은색 전통복장을 입은 젊은 남녀가 앉아 방긋 웃으며 기자를 맞이한다. 엄격한 이슬람법에 따르면 결혼한 여성과 바로 옆에 앉아 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종교경찰이 이곳에 있었다면 난리가 날 광경이다. 이들은 카타르 올림픽위원회에서 나온 자원봉사자 하산(24)과 파티마(26)다. 유창한 영어에 세련된 매너로 자국 소개에 정성이다.
검은 히잡(이슬람 여성 머리 두건)을 쓴 파티마는 앉아서 안내를 담당했다. 집에는 두 살 된 딸이 있고, 현재 임신 7개월이다. 하지만 파티마는 24일 센터가 개장한 이후 매일 나와 기자와 외국인을 맞이한다. 그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국가 행사에 집에만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걸프지역의 일반 여성과는 사뭇 다르다.
'사웁'이라는 흰색 원피스 모양의 전통의상에 검은 머리띠(이칼)를 한 하산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카타르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하산은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러 석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하던 카타르 산업 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와 관광, 그리고 교육사업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카타르의 국가 운영 전략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불가능할 것 같아 보이던 카타르의 아시안게임 준비는 하산과 파티마 같은 젊은이들이 적극 참여하면서 막바지 정리가 착착 진행 중이다.
◆ 왕족의 힘=셰이크 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니 국왕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여러 차례 "(카타르는) 작지만 크게 될 것이다. 전 세계의 시선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도하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DAGOC)의 임원인 와일 바르구티는 "이번 아시안게임은 도하를 '스포츠 허브'로 만들겠다는 국가 개발계획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돔 경기장인 '어스파이어'를 개장해 세계의 시선을 끌었고, 12월에는 '서아시아 게임'을 주최했다. 경기장 건설에만 28억 달러(약 2조6000억원)를 쏟아부었다. 15일간 경기를 위한 투자가 아니다. 2016년 여름올림픽 유치가 최종 목표다. 한국(86년 아시안게임, 88년 올림픽)과 중국(90년 아시안게임, 2008년 올림픽)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도하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인 칼리파 스타디움.[도하 로이터=연합뉴스]
◆ 외국인 없으면 안 돼=카타르가 직면한 어려움은 역시 '사람'이다. 공항부터 경기장까지 카타르 자국인은 거의 볼 수가 없다. 행인이나 거리에서 일하는 사람은 대부분 팔레스타인.터키.필리핀 등에서 몰려온 노동자들이다. 프레스센터에서 청소를 하는 한 모로코 청년은 일주일 전 카타르에 왔다. 숙식을 제공받고 한 달에 300달러 정도를 받는 조건이다. 이번 대회에 투입된 자원봉사자는 1만6000여 명. 그러나 이 중 80% 정도가 외국 출신이다.
그러나 DAGOC의 한 임원은 "외국 자본, 때론 검은돈까지 끌어들여 개발에 나서는 두바이와 우리는 다르다. 도하는 자국 자본으로 튼실한 개발을 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는 두바이에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하=서정민 특파원, 강인식 기자 <amirseo@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