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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공해' 정당 현수막, 실명 비방·모욕 안 된다…내용도 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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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도심 공해’ 수준으로 난립하는 정당 현수막을 막기 위해 서울시도 조례를 만들었다. 현수막 개수는 물론 내용까지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인천·대구 등 여러 자치단체는 현수막 난립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를 만들어 시행중이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조례‧규칙심의회는 지난 7일 ‘서울특별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원안 의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정안은 오는 14일쯤 공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 정당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 정당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의회서 가결…개수‧내용 제한

앞서 서울시의회는 허훈‧이성배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조례 개정안을 도시계획균형위원회에 상정했다. 이후 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는 두 조례안 내용을 통합‧조정했다.

조례안에는 정당이 걸 수 있는 현수막 개수는 국회의원 선거구별 행정동 개수 이내로 제한한다. 예를 들면 A 선거구에 행정동이 3곳 있으면, 각 정당은 3개까지 걸 수 있다.

내용도 규제한다. 개정안은 ‘정당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되 실명을 표시해 비방‧모욕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집회·시위 현수막도 실제 집회·시위가 열리는 동안에 만 걸 수 있고, 특정 개인‧단체를 비방하는 문구를 담지 못하게 했다.

지난달 1일 오전 대구 수성구 한 직원이 어린이세상 인근에 설치된 정당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일 오전 대구 수성구 한 직원이 어린이세상 인근에 설치된 정당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수막 난립 방지’ 지자체 움직임 확산

각 지자체는 이미 정당 현수막 난립을 막기 위한 조례 제‧개정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인천을 시작으로 울산‧광주‧대구‧제주 등이 만들었다. 서울 내 자치구 중에선 송파구가 처음으로 관련 조례를 제정‧공포해 지난달 1일 현수막 철거를 집행했다. 송파구는 지난 10월 '혐오·비방·모욕 문구의 정당현수막 근절' 등 내용을 담은 조례를 만들었다. 또 ‘정당 현수막 주민평가단’을 운영하고 있다. 주민평가단 3분의 2 이상이 부적절한 현수막이라고 평가하면 즉시 철거한다. 송파구는 수거한 현수막으로 장바구니를 만들어 주민센터에 보급하고 있다.

이와 관련, 행정안전부가 인천시 조례를 두고 상위법인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에 저촉된다며 집행정지 가처분을 낸 것을 지난 9월 대법원이 기각하면서 정당현수막을 제재하려는 지자체 움직임은 동력을 얻었다.

여론도 정당현수막 난립에 부정적이다. 서울시의회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해 지난 9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78.7%가 정당 현수막에 담긴 문구에 불쾌감을 느꼈고, 조례 제정에 84.5%가 찬성했다.

지난 10월 16일 오전 울산시 관계자가 울주군 범서읍의 한 전봇대에서 철거한 정당 현수막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월 16일 오전 울산시 관계자가 울주군 범서읍의 한 전봇대에서 철거한 정당 현수막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서 미지근…“일부는 항의도 해”

하지만 정치권에선 정당 현수막 제한 조례 제‧개정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한 지방의회 의원은 “여야 가리지 않고, 정당 현수막을 규제하는 내용의 조례가 나오면 지방의회에 항의하거나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현수막 철거에 반대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못하면서 뒤에선 ‘왜 선거운동을 못 하게 하느냐’고 항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지난 10월 20일 대구시의회가 정당 현수막 제한 조례를 통과시키자 대구지법에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옥외광고물법 일부 개정안은 지난달 1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 문턱은 넘겼지만, 지난 8일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이 법안은 오는 11일부터 30일간 열릴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이 개정안엔 현수막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 조항이 없어 낯 뜨거운 내용이 담길 위험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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