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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 된 정당 현수막…인천·울산 이어 대구 "소송 당해도 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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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도시미관 작업 관계자들이 지난 10월 정당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시 도시미관 작업 관계자들이 지난 10월 정당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울산·광주에 이어 대구시도 ‘흉물’ ‘공해’란 비판받는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을 철거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정당은 비교적 자유롭게 현수막을 걸 수 있으나 난립문제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면서다.

'현수막 공해' 더는 못 참아  

27일 대구시에 따르면 정당 현수막 거는 걸 규제하는 내용이 담긴 ‘대구시 옥외광고물 등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오는 30일부터 시행된다. 정당 현수막 규제 조례를 만든 건 전국 17개 시·도 중 대구시가 네 번째다.

조례에는 ▶정당 현수막은 지정 게시대에만 게시 (다만 명절 인사 등 특정 시기의 의례적인 내용으로 설치하는 정당현수막 등은 제외) ▶현수막 개수는 ‘공직선거법’에 따른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 ▶현수막에 혐오·비방 내용 금지 등 3가지 주요 내용이 담겼다.

전국 주요 사거리 곳곳 뒤덮은 현수막 

대구시는 지난해 12월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에 정당 현수막 설치 신고 절차가 없는 데다 설치장소를 구체적으로 제한하지 않아 안전사고는 물론 도시 미관을 해치는 등의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비슷한 조례를 만든 네 개 광역시뿐 아니다. 전국 주요 사거리 곳곳엔 정당 현수막이 마구잡이로 걸려 있다.

‘글로벌 호구, 국민만 죽어납니다’, ‘바보야!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 무능이다’, ‘법치부정범죄옹호 이재명과 비겁한 138표’ 등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비방 내용의 현수막도 상당수다. 시민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난 2월 인천 연수구의 한 대학생은 전동 킥보드를 타고 가다 정당 현수막에 목이 걸려 크게 다치기도 했다.

인천시가 조례위반 정당 현수막을 강제로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시가 조례위반 정당 현수막을 강제로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 가이드라인 내놨지만 

정부는 지난 5월 난립하는 정당 현수막을 막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과 버스정류장, 교통섬 등에 정당 현수막을 걸 수 없다는 내용이다. 교통 신호기, 소화전, 폐쇄회로TV(CCTV) 등을 가려서도 안 된다. 하지만 ‘권고’ 사항일 뿐이고 처벌 규정도 미약하다. 지난 6월 인천을 시작으로 울산·광주에서 관련 조례를 만들어 현수막 철거를 강행하고 있고, 경남 등 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관련 조례 제정을 고민 중인 이유다.

하지만 이 조례안 자체는 행정안전부와 갈등 소지가 있다.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현수막이 허가 절차나 설치 장소 제한을 받지 않는 옥외광고물법과 상충하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상위법의 위임이 없어 위법이다”는 입장이어서, 앞서 조례를 만든 인천과 울산에 조례안 의결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이중 인천의 경우 지난달 14일 대법원에서 이를 기각하면서 인천시는 정당 현수막 철거를 계속하고 있다. 대구시는 “행안부로부터 소송을 당하더라도 현수막을 철거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의 정당 현수막. 뉴스1

지난 5월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의 정당 현수막. 뉴스1

대구지역 야당은 크게 반발 

대구 지역 야당에서는 이번 조례안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논평을 통해 “조례를 인정할 수 없고 만약 민주당의 현수막을 무단으로 철거할 경우 반드시 해당자를 찾아내 재물손괴죄와 절도죄로 고소할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 대구시당도 “정당 현수막의 게시 장소를 지정 게시대로 제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 활동 자유를 제한하고, 특히 유료인 지정 게시대로 지정한 것은 거대 양당만을 위한 독점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홍준표 대구시장은 “거리 곳곳에 설치된 정당 현수막을 비롯한 모든 불법 현수막을 정비해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각 정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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