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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공해' 정당 현수막 2개 이내로 제한…내용은 규제 안 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당 현수막이 길거리에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 개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넘었다.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9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1월 1일부터 내걸 수 있는 현수막 개수는 읍‧면‧동별로 각각 2개 이내로 제한된다.

지난달 16일 오전 울산 울주군 범서읍의 한 전봇대에 여러 개의 정당 현수막들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오전 울산 울주군 범서읍의 한 전봇대에 여러 개의 정당 현수막들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른바 ‘정당 현수막 난립 방지법’으로 불리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전날 행안위 법안1소위를 통과하고, 이날 전체회의에 올랐다. 여야 견해차가 크게 갈리지 않는 사안인 만큼 신속하게 의결했다.

주요 내용은 정당 현수막 개수를 읍‧면‧동별로 2개 이내로만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현수막 설치를 보행자나 자동차 등 교통수단 안전을 저해하지 않는 장소에만 하도록 한다. 또 설치 기간이 지나면 신속하게 자진 철거하도록 했다. 현수막 규격이나 게시 기간, 표시 방법 등은 대통령령에 위임한다. 다만 개정안은 현수막 문구는 규제하지 않았다.

행안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 난립을 막고,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낯 뜨거운 비난 담은 현수막 난립

지난달 16일 오전 울산시 관계자가 울주군 범서읍의 한 전봇대에서 철거한 정당 현수막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오전 울산시 관계자가 울주군 범서읍의 한 전봇대에서 철거한 정당 현수막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당 현수막은 지난해 5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같은 해 12월 시행되면서 논란이 됐다. 해당 개정안이 정치적 현안을 언급한 현수막을 신고‧허가 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수량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구도 규제하지 않아 상대 정당을 무차별적으로 비방하거나 인신공격성 내용이 담겼다.

이후 정당 현수막이 전국 곳곳에 난립하면서 ‘흉물’ ‘공해’ 비판을 받았고, 심지어 안전사고까지 발생했다. 지난 2월 인천에선 전동 킥보드를 타던 20대 청년이 정당 현수막 끈에 목이 걸려 다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고, 국회는 다시 법 개정에 착수했다.

앞서 일부 자치단체는 조례를 통해서 정당 현수막 난립 제재에 나섰다. 지난 6월 인천을 시작으로 울산‧광주에 이어 최근엔 대구가 정당 현수막 규제 조례를 지난달 30일 시행했다. 대구는 조례에 ▶지정된 게시대에서만 현수막을 게시하고 ▶국회의원 선거구별 현수막 개수 4개 이하 ▶혐오‧비방 내용 금지 등 내용을 담았다. 기초자치단체 중에선 서울 송파구가 지난달 19일 혐오·비방·모욕 문구가 담긴 정당 현수막 금지 조례를 제정‧공포해 1일 철거를 집행했다.

현수막 개수는 제한해도…내용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병원 의원은 “국민에게 정치 불신‧혐오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여야가 (현수막 내용을) 긍정적이고 정책 중심 내용으로 바꿔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야가 지난달 24일 국회 회의장에서 피케팅을 하거나 고성을 지르지 않기로 합의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현수막 내용 관련 구체적인 규제 조항이 없어 낯 뜨거운 내용이 담길 위험성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현수막 내용을 규제하지 않으면, (현수막) 개수가 적은 만큼 더 자극적인 비방‧혐오 표현이 담길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현수막 내용이 혐오 표현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려면 건건이 심사해야 하고, 내용의 당부당(當不當) 판단 자체가 또 다른 갈등 상황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법안이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 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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